라상현 교무
라상현 교무

[원불교신문=라상현 교무] 가을의 끝자락 바람에 소복소복 낙엽 쌓인 길을 따라 혼자 걸어도 이제는 외롭지 않다. 주말마다 교당에서 교당 살기 체험을 하는 울산에서 온 한 대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한 해 끝자락에서 만나게 된 반가운 인연이다. 인연이라는 단단한 열매를 맺듯 우리의 만남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원지역 대학생 개척교화를 하면서 법연을 맺게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내가 본 대학생들은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대학생교화로 미래교화의 기둥을 세우고 싶지만, 대학생 한 명을 입교시키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함께 밥 한 끼 먹는 시간을 얻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사람 마음 얻는 일 아닐까?’ 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장교시험을 준비하는 한 대학생에게 여러 번 조언과 도움을 줬다. 그리고 얼마 전 합격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노심초사하면서 잘 되기만을 기도하며 실지로 도움을 주려고 정성을 다했던 터라 마치 내 일처럼 기뻤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통해 몇 주 전부터는 주말마다 교당에서 함께 살고 있다. 너무나 신기하고 감사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당 일과를 함께 하면서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사이였나?’라는 생각에 흐뭇한 웃음이 지어진다. ‘참 소중한 법연’이란 감사함이 든다. 사뭇 지도인 같은 입장이 되어서 더욱 옷깃을 여미게 되고, 평소의 언행에 각별한 주의심을 갖고 지내게 됐다. 

정산종사께서는 “소중한 인연에 두 가지가 있나니 혈연과 법연이라, 혈연은 육친의 가족이요 법연은 법의 가족이니, 혈연과 법연이 다 소중하나 영생을 놓고 볼 때는 혈연보다 법연이 더 소중하다”고 했다. 법의 가족이 된 그 대학생이 이제는 혈연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느껴진다.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고, 이제는 이심전심 하는 사이가 됐다. 
“교무로서 참 보람이 있다. 이 맛에 교화한다. 네가 있어 참 좋다.”

/수원교당

[2022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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