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영 교도 / 역삼교당
신효영 교도 / 역삼교당

[원불교신문=신효영 명예교수] 임인년을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2월이다. 흔히 연말이 가까워 지면 누구나 한 해를 되돌아보며 잘한 일과 잘못된 일을 다시 살펴보고 자신의 성찰과 더불어 새로운 미래의 계획을 구상하곤 한다. 이 경우, 아무런 기준이나 방향 없이 그저 지난 일들을 되돌아볼 수도 있지만 어떤 기준을 정해서 살펴본다면 성찰하는 일이 더 쉽고 효율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획을 그은 인물 중에 ‘현대그룹’을 창업한 故 정주영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정 회장은 불굴의 투지와 노력으로 큰 기업을 만들었기도 했지만 여러 기회에 행한 감동적인 연설과 명언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에 그의 일화 중 한 예를 들어 보자.

어느 날, 초등학교에서 특강을 마친 정 회장에게 한 학생이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큰 부자가 되셨어요?”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등산을 해 본 적 있니? 높은 산을 오를 때는 정상을 보면서 올라가는 게 아니란다. 산꼭대기를 자꾸 바라보며 ‘저 높은 데까지 어떻게 올라가나?’ 생각하면 등산하기가 힘들어지기만 하지. 한 발짝 한 발짝 꾸준히 멈춤 없이 올라가다 보면 결국 산꼭대기에 다다르게 된단다. 나도 처음부터 큰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그냥 열심히 일하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한다는 신조로 살아오다 보니까 조금 부자가 된 것이지. 학생도 꼭대기만 쳐다보지 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틀림없이 성공할 날이 올 거야.”

우리 원불교인들은 누구나 이 일화를 듣는 순간 자연스럽게 창립정신 중의 하나인 이소성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종경> 교단품 30장에서 ‘세상의 모든 사물이 작은 데로부터 커진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고 하고 ‘이소성대’는 천리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천리의 원칙인 ‘이소성대’를 기준 삼아 올 한 해를 되돌아보자.
 

개인도 교당도 교단도 
이소성대를 기준으로 
한 해를 되돌아보며 
스스로 성찰하고 
새로운 다짐을 가져보자.

소태산 대종사가 일러준 ‘이소성대’의 원리는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이소성대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작은 데서부터 커진다는 것이다. 이는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에도 나타나고 위의 일화에서 말하는 ‘한 발짝 한 발짝 올라간다’는 말과 같이 조금씩 조금씩 쌓아서 큰 것을 만드는 원리를 말한다. 

둘째, 이소성대는 작은 것을 조금씩 쌓아 나갈 때, 쉬지 말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단품 30장에서 말하는 이소성대의 정신으로 사심 없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무위이화(無爲而化)의 큰 성과를 보게 된다는 원리다. 무위이화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며, 이렇게 되도록까지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소성대는 작은 데서부터 커질 때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단품 30장의 말씀을 계속해서 따라가면 ‘공부를 하는 데에도 급속한 마음을 두지 말고 스승의 지도에 복종하여 순서를 밟아 진행하고 보면 마침내 성공의 지경에 이를 것이나, 만일 그렇지 아니하고 어떠한 권도로 일시적 교세의 확장을 꾀한다든지 한때의 편벽된 수행으로 짧은 시일에 큰 도력을 얻고자 한다면 이는 한갓 어리석은 욕심이요 역리의 일이라’고 하신 원리다.

이소성대의 원리 중 적절한 시간에 관한 원리는 십인일단에 의한 교화 발전과도 연관해 생각할 수 있다. 원불교 십인일단의 교화원리는 처음에는 그 수의 커지는 정도가 대단하지 않지만 갈수록 어마어마하게 큰 수가 되고 만다. 지금의 교화 현실을 진단하는 우리의 걱정이 혹 욕속심을 내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일 듯하다.

/전 서울교대 총장·역삼교당

[2022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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