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2013년 1월부터 연재한 문화코드를 2022년 12월 110호를 끝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햇수로 10년을 채웠으니 나 스스로를 조금은 칭찬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올해는 업무로 너무 바빠 마감 기한을 놓친 적이 많았다. 지면을 빌려 사과와 감사 말씀을 드린다.

문화코드를 쓰며 나는 더 많이 보고, 듣고, 생각했다. 글감을 얻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내가 경험한 하나의 문화생활이 또 다른 문화로 인도해줬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화생활은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다. 사실 클래식 공연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요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보고 싶은 공연과 원하는 자리를 여유 있게 예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성진에 이어 임윤찬, 양인모 등 스타급 클래식 연주자들이 탄생하면서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유명 가수나 뮤지컬에서 쓰이던 ‘피 터지도록 치열한 티켓 구하기’라는 뜻의 피케팅이라는 말이 클래식계에도 나타났으니 이는 클래식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기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든 일이었다.

그 외에도 미술 전시회, 영화 감상, 독서 등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활동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런 활동을 좀 더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해 현존하는 작가의 작업 공간이 함께 전시되는 오픈 스튜디오 형식의 전시회와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독립 영화, 그리고 주인장의 취향이 담긴 독립 서점 투어를 즐긴다.

요즘은 공연과 전시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고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융·복합형 공연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 생전 처음 보는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여기에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더욱 다채로워지는 국악 공연은 보면 볼수록 그 미적 아름다움이 높고, 담겨있는 의미를 곱씹게 되는 사유와 성찰이 가능한 장르이다.

곳곳에 문화 공연장이 있고 지역의 특색을 살린 문화 행사가 사시사철 열리고 있다. 체육도 생활 체육이라는 이름을 달고 모두가 운동이나 스포츠를 즐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지는 오래다.

이에 이어 예술 활동도 생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예술 활동 하나쯤은 깊이 있게 즐기는 사회가 조금씩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사회적으로 많이 조성됐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여가 시간을 얼마나 알차고 뜻있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10년 전 문화코드 1회에서 이야기한 깊이 있는 문화생활 이야기를 마지막 호에서도 결국 하게 되는 이유다. 다양한 예술 문화를 즐기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적극적 활동을 통해 나를 사유하고 성찰하고 또 표현할 수 있는 풍요로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

끝으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소중한 지면을 내어준 원불교신문사와 가장 먼저 나의 글을 읽고 아낌없는 격려와 피드백을 해주신 순타원 여순성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길었던 나의 글을 마무리 한다.

/강북교당

[2022년 12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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