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는 곳은 대단한 곳이기보다 일상 속인 경우가 많다. 흔하고 평범하고 늘 접하는 것도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하게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 같다. 예술가들은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시계 소리, 종소리, 타자기 소리 등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에서도 음색과 리듬감이 존재한다. 음악가들은 그러한 것을 포착해서 작곡의 소재로 사용하는 데, 아주 재미있는 곡들이 많다.

첫 곡은 헝가리의 음악가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다. 라 캄파넬라는 종이란 뜻이다. 피아노 독주곡인 이 곡은 피아노의 고음부가 종소리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또 종소리는 멀리서 듣는 것과 가까이서 듣는 것이 다르므로 그런 울림의 차이라든가, 곡의 분위기를 피아노의 화려한 기교를 통해 탁월하게 묘사하는 곡이다.

라 캄파넬라는 리스트가 바이올린의 대가 파가니니의 곡을 편곡한 곡이다. 아버지를 여의고 힘든 생활을 하던 리스트는 우연히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연주회를 보게 된다. 
그리고 당시 전 유럽에 바이올린 연주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던 파가니니의 광기에 찬 듯한 연주에 리스트는 완전히 홀리게 되며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 후 피나는 노력으로 위대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가 된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을 만드는데, 이 라 캄파넬라는 그중 한 곡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곡은 미국의 작곡가 리로이 앤더슨의 작품들이다.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를 통해 재미있고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해온 작곡가 겸 지휘자인 앤더슨은 고장난 시계, 타자기 협주곡, 트럼펫 연주자의 자장가 등을 작곡했다. 제목만 들어도 유머가 가득한 재미있는 곡들이다.

이중 싱코페이드 클락이란 곡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고장난 시계라고 번역한다. ‘항상 일정하게 똑딱거리는 시계가 고장 난다면 어떨까’하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만들어진 곡이다. 

싱코페이션은 당김음이란 뜻인데 일정한 리듬이 아닌 강세가 엇박으로 나오는 느낌을 주는 리듬이다. 그런 리듬을 가벼운 타악기를 사용하여 고장난 시계를 표현한다. 아주 귀엽고 재미있는 곡이다.

더 기발한 곡이 있다. 바로 타자기 협주곡이다. 요즘의 컴퓨터 자판도 일정한 소리가 나면 리드미컬하게 들리는데, 예전에 사용하던 타자기는 그 느낌이 더욱 강하다. 그리고 바를 옮길 때 나는 ‘땡’ 하는 소리가 경쾌하다. 이 곡은 그런 소리를 잘 살린 곡이다. 

실제로 책상에 앉아 타이핑 하는 회사원 느낌의 연주자가 등장한다. 회사원의 반복된 일상을 음악으로 재미있게 보여주며 그 속의 애환까지 풀어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렇게 일상의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한 음악들은 음악가의 비범함을 느끼게도 해주면서 내 주위의 늘 존재하는 사물이나 현상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거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사고의 폭도 넓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이 사람에게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유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 위에서 소개한 음악들을 감상해보길 권한다. 

[2022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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