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주 교무
장명주 교무

[원불교신문=장명주 교무] 간절한 진심과 진심이 통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가. 그땐 어떠한 말도 글도 필요없다. 거두절미다.

7년째, 한결같은 마음으로 상장(喪葬)에 동행하는 교도님이 계신다. 아시는 분이나 모르시는 분이나 교당에 초상이 나면 으레 열반독경부터 입장식까지 동행하신다. 특히 장지가 지방일 때는 발인식을 신새벽에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언젠가 한겨울에도, 발인식을 위해 새벽 2시 반에 교당에서 출발하게 됐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오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도, 현관에 내려가 보니, 이미 10분 전에 오셔서 교무진에게 불편을 줄까봐 벨도 누르지 않고 주차장에서 그 강추위에 조용히 기다리고 계셨다.

뭐라 말씀도 못 드리고 손만 꼭 잡고 다녔다. 손끝도 어찌나 야무지신지, 경종이며 휘장이며 교무진 법복까지 한 손에 들고 도착해서 순식간에 척척 처리를 해주신다. 올해도 겹초상이 났는데 이 교도님이 함께 하니 모든 상장절차가 피곤해도 순조로워서 인사를 드렸다. “늘 제 손을 잡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자 바로 하시는 말씀이 “아이고, 제가 더 감사합니다. 누가 교무님 손을 이렇게 많이 잡고 다니겠어요!”다.

또 한 분은 교화서원으로 다음 생엔 출가한다며 7년째 교화는 물론 연원자들을 매주 카풀로 교당에 모시고 오는 교도님이다. “법회 출석까지가 입교의 정석이다”며 매주 연원자들 집 앞에 가신다. 승차인원이 많아지면 1시간 전에 교당에 오셔서 승합차로 바꿔 가는데 볼 때마다 뭉클하다. 이제 막 입교하신 신입교도들도 그 교도님께 미안해서라도 법회에 오게 된다. 그러다가 원불교 문화를 익혀가고 교리를 알면, 마음공부에 재미와 가치를 발견해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을 쓰고 싶다며 진정한 교당의 주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12월을 맞아 이 교도님은 또 이렇게 말씀했다. “내년에 또 교화에 정성을 모아보겠습니다.”
 

교무가 부족하고 
교화현장이 굴곡져도 
의연히 갈 수 있는 동력은
재가교도들의 일심합력.

올해 12월 4일 교화협의회는 특별한 날이었다. 제17대 회장을 추대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연장하시리라 여겼던 회장님께서 개인사정으로 연임을 못하신다하니 더이상 연임을 부탁드릴 수도 없고, 전부 50대로 짜여진 부회장들이라 참 난감했다. “차기 회장은 추대로 하고 모두가 살리는 취사를 하셔야 합니다” 이 말씀만 전체 교도님들께 드리고, 그 누구와 상의도 못 했다. 그런데 심고를 올리고 있을 때, 교당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전화주고 달려오는 교도들이, 역시 먼저 전화를 주고, 위로를 하고, 추천을 해주신다.

부회장들은 부회장들대로 한 분을 추천하신다고 한다. 추천만 하는 게 아니라 물려주고 가시는 분부터 ‘제가 돕겠습니다!’ 하고 다들 다짐하신다. 부회장 중 한 사람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 과정이 아름답다. 그러나 정작 교무인 나는 추천을 받은 그분에게 전화를 드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교도님은 이미 교당에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부탁하기 전에 먼저 조용히 와서 해결을 해오셨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도 자기가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아시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또한 이런 교무의 마음도 알고 있으리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교도님이 “제가 하겠습니다” 하셨다. 가슴이 찡해지고 만장일치로 그 일심합력의 위력을 느끼며(이 느낌, 언어도단의 느낌이라는 에너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시지요!) 회장이 추대됐다. 

보름이 지나고, 새 회장께 “어찌하여 하겠다고 하셨나요?” 물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아무도 하겠다고 안 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신다. 교무가 부족하고 교화현장이 굴곡져도 의연히 갈 수 있는 동력은 아마 이런 마음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구로교당

[2022년 1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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