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석 교무
문정석 교무

[원불교신문=문정석 교무] 원기108년은 원불교 군종승인이 17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원기91년(2006) 3월 24일 역사적인 군종승인 이후 군종장교 파송과 함께 대한민국 국군의 승인된 종교로서 군 내부에 원불교의 역할 정립과 근무지 및 활동 지원을 위한 종교시설확충, 군종 활동 교역자 배치에 역점을 두고 진행해 왔다.

그 결과 17년간 군종장교 TO 3명(육군), 20개의 전담교당과 11개 협력교당의 군내 활동이 보장되었고, 원불교 군교화 활동은 이제 군을 넘어 중앙경찰학교, 해양경찰학교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어려운 교단의 상황 속에서도 많은 재가출가 교도의 교화 염원을 담아 이뤄낸 이소성대의 큰 성과임을 자부할 수 있다.

또한 17년 전부터 최근까지 군 복무를 하며 군 교당을 경험하고 공부한 청년들은 이제 40대 및 3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중심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원불교의 사회적 인식변화 및 정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 효과의 지대함은 어느 역할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군을 가장 보수적이라 여기고 ‘군은 변화에 느리다’는 일각의 시선이 있다. 하지만 현역 군종장교로 근무했던 나의 경험에 의하면, 군은 그 어느 조직보다도 사회적 변화와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호응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대응하는 곳이 대한민국 군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것은 아마 징병제라는 한국의 특성과, 국가 사회의 청년을 함께 만들어낸다는 국가 성장의 요람의 개념이 함께하기 때문인 듯하다. 즉 이런 변화의 민감성들이 최근 군에 빠르게 적용되고 변화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국가 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종교행사 의무참석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종교행사 참석은 권고안으로 바뀌었다. 이는 본래 군인으로서의 사생관 확립에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성립된 ‘종교관’보다 ‘인권’이 우선시 되는 중대한 사건이 되었다. 

이는 당연히 어딘가를 선택하고 참석해야 했던 종교행사에서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형태로, 일반사회의 종교성향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변화를 급격히 맞이하는 계기가 됐다.

또 하나, 3년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더욱더 접촉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군조직에서 활동의 제한을 가져왔다. 이 활동 제한은 거의 통제 수준으로, 민간 성직자들은 출입조차 할 수 없는 조치로 이어졌고 그로 인한 공백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 이뤄진 큰 변화는 모바일기기 사용의 허용이다. 일과 이후나 휴일, 즉 본인의 자유시간에는 모바일을 사용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군 생활에 있어 제한적인 요소를 넘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군에서 이뤄지는 많은 활동이 개인의 문화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권고적인 종교행사 참여와 자율적인 디지털 환경의 노출은, 사생관을 확립시키고 인격적 완성을 위한 사다리의 역할을 하는 군종 활동 방향을 고민하게 한다. 

이제 원불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를 만들고 부각시켜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에 다음 글에서는 군 환경에 대한 원불교의 대응과 용사들에게 도움되고 다가가는 군종 활동이 되고자 노력해나갈 방향 등이 담긴 교화정책 등을 소개하려 한다.

/군종교구장

[2023년 1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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