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원불교가 불법연구회(佛法硏究會)라는 교명으로 활동하던 1924년부터 1946년까지 공식적으로 처음 간행된 경전(經典)은 원기12년(1927) 3월에 간행한 <불법연구회규약(佛法硏究會規約)>이다. 이 최초의 공식 경전에 ‘규약(規約)’이란 표현이 왜 붙었을까? 

이 의문은 수위단회사무처에 근무하면서 원불교 법규(法規)들을 공부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풀렸다. 과거에는 ‘법(法)’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리고 법과 관련된 일은 변호사나 관련 부서 전문가가 하는 것이지, 나 같은 사람들은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법규를 공부하면 할수록 ‘법규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교단 법규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교단을 만들기 위한 소태산 대종사와 선진들의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법규 안에는 원불교 교리와 조직, 문화의 정체성이 들어있으며 원불교의 미래 방향성도 담겨있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는 <정전> ‘상시응용주의사항 3조’에 ‘경전·법규 연습하기를 주의하라’를 밝혔다. 초기교단일 때는 교도 4종 의무에 ‘법규 준수’를 포함했다. 따라서 우리가 경전만 공부하고 법규를 공부하지 않으면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를 반쪽만 이해하는 것이며,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 법규를 연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원불교 교도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인 것이다.

또한, 소태산 대종사는 창립 초기부터 공의(公議)와 공사(公事)를 중시했다. 그리고 공화제도(共和制度)를 강조했다. 그 특징이 ‘법규’라는 단어에 들어있다.

법규는 대중이 함께 지킬 것을 약속해놓은 규칙이다. 약속을 하는 이유는 함께 지킴으로써 유익된 바가 대중 전체에게 고르게 돌아가도록 하려는 것이다. 전산종법사께서는 “앞으로는 홀로 일을 성공시키거나 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모든 것을 대중과 함께, 대중과 같이, 대중을 위해서, 즉 ‘공(公)’을 앞세우는 시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법규 연습은 우리 개개인을 사적(私的) 존재가 아닌 공중의 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공부가 된다.

앞으로 연재하게 될 ‘법규 연습하기’에서 필자는 법규를 법실증주의(法實證主義) 입장에서 해석적이고 행정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그 안에 숨어있는 원불교의 조직과 문화 그리고 선진들의 고민을 부족한 글솜씨로나마 풀어 볼 것이다.

/수위단회사무처

[2023년 1월 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