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진 교무
송상진 교무

[원불교신문=송상진 교무]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어떻게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가는 항상 원불교의 역사와 교리의 중심에 있었다. 원불교는 시대적 대전환기에 생활불교, 대중불교의 기치로 성장했다.

소태산은 어떻게 불법을 대중에게 쉽고 효과적으로 적용할지에 관심이 컸다. 이는 전통과 혁신간 상호 작용의 좋은 예이며, 소태산은 불법의 대의와 효능을 크게 인정하면서도 시대적인 요구가 기존의 불교 제도와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그는 출가와 재가의 차별을 반대했고, 직업이나 결혼의 유무에 걸림없이 수행하는 공부법을 주장했으며, 특히 출가의 경우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훈련받고 동등한 권한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여성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다. 또한 일원주의는 전통의 불교종파와 유불선을 회통하면서도 여타 모든 종교를 통한 배움의 정신을 강조한다. 이는 종교간 대화와 협력의 당위성을 제공했고, 개인의 수행과 사회윤리의 진보를 둘로 보지 않도록 중심잡는 바탕이 됐다.

원불교가 점점 더 국제화되면서, 이제는 원불교가 어떻게 한국의 전통과 뿌리에 대한 존중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매우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 미국 불교는 아시아 이민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지만, 철저히 그 사실이 배제되었고, 그로 인해 백인 우월주의의 맥락에서 불교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150여 년 전에 미국에 불교를 전파했고, 현재 미국 불교도의 3분의 2가 아시아계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시아로 수행을 떠난 백인 개종자’들과 ‘1960년대의 반문화 운동’으로 불교 보급이 시작됐다고 흔히 말한다. “아시아계 미국인 불교도를 인정하면 백인 명상 수행자의 진정성과 순수성이 훼손되고 아시아 문화나 미신들로 넘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학자들도 “서양 불교도들이 종종 아시아 불교를 열등한 것으로 구분하여 두 가지 불교 (Two Buddhisms) 유형론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원불교 교도의 길을
실천하고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전통에 대한
존중이 뒤따라야 한다.

이처럼 미국의 불교사에서 그릇된 역사가 쓰여지는 중에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불교사찰에서는 대부분 ‘인종 차별을 깊게 이해하지 못한 아시아 교화자’를 통해 백인 젊은 세대에 대물림이 되었다.            

최근 자신의 전통에 뿌리를 확고히 하면서도 서양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티베트 불교전통에 큰 공감을 받았다. 소태산도 제자들에게 “나의 일생 포부와 경륜이 그 대요는 이 한 권에 거의 표현되어 있나니, 삼가 받아 가져서 말로 배우고,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이 법이 후세 만대에 길이 전하게 하라. 앞으로 세계 사람들이 이 법을 알아보고 크게 감격하고 봉대할 사람이 수가 없으리라”했다. 

소태산은 아는 것뿐만 아니라 ‘실천과 통찰’을 통해 전승이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전승의 과정에서는 한국 문화나 언어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할 수도 있고, 원불교의 역사나 전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도 있다.

미국원불교는 그동안 재가 리더쉽 배양, 주요경전의 번역, 두드러진 여성의 역할, 그리고 도시에 교당을 건립하는 등 상당한 진전을 보여 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미국교화를 하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전통을 재포장해왔다. 미국 불교에서 아시아 불교가 배제된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원불교가 과연 한국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서로의 약점과 공통된 갈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함께 가야 한다. 원불교 교도의 길을 실천하고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전통에 대한 존중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니 혁신과 변화에 앞서 우리가 물려받은 종교적 역사와 전통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3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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