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막고 천지보은을 위한 진실된 실천은 나무심기다. 원불교환경연대의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캠페인은 매월 1회 나무와 만나는 칼럼으로 독자를 만난다.  

인도네시아 중동부 자바 지역 라우산과 인접한 곳에 달리라는 작은 산골마을이 있다. 별볼일 없는 이 작은 시골마을에는 <뉴욕타임즈>에도 기사가 날 만큼 유명한 할아버지가 산다. 바로 사디만(Sadiman)이다. 그는 25년간 한결같이 나무를 심어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었으며, 가난에서도 탈출시켰다. 

동남아 국가에는 화전민들과 그들이 벌인 대규모 벌목으로 인해 숲이 파괴된 곳이 많다. 달리 마을도 그랬다. 숲이 파괴돼 황무지처럼 변한 마을에서는 삶의 기본인 물도 구하기 어려웠다. 삼림 파괴로 마을의 유일한 수원인 겐돌강이 말라버린 탓에 마을 사람들은 늘 물 부족으로 고통받았다. 게다가 마을의 논과 밭 대부분이 비탈에 위치해 조금만 가물어도 흙바닥이 쩍쩍 갈라져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을은 늘 가난했다. 

사디만은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나무가 없기 때문’임을 알았다. 언덕에 심은 고무나무가 말라 죽는 것을 보고 그는 ‘숲을 되살려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996년부터 마을 뒷산에 나무를 심자며 마을 주민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반응은 냉랭했고, 사디만은 혼자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기르던 염소를 팔고 자기 주머니를 털어 반얀(banyan)나무와 람또로(lamtoro)묘목을 사서 마을 뒷산에 심었다. 가난한데다 두 자녀까지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돈으로 나무를 심는 그를 마을 사람들은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며 비웃었다. 사람들은 도와주기는커녕, 그가 심은 묘목을 뽑고 채소를 심거나 일부러 가축을 풀어 나무를 죽이기도 했다. 

그래도 사디만은 화내지 않고 다시 묵묵하게 나무를 심었다. 사람들에게 마르지 않는 수원을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하수를 빨아먹는 고무나무와 달리 반얀나무는 지하수를 저장한다. 반얀나무를 많이 심을수록 마을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나무심기가 25년을 넘었다. 

황폐했던 마을 산비탈에는 몇 그루인지 다 세지도 못할 만큼 많은 묘목이 심어졌다. 총 250 헥타르 이상 되는 면적에 1만 천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자리잡자 마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메마른 땅에 물이 솟아나기 시작했고, 그 물로 일년에 2~3회 모작까지 가능해졌다. 

특히 최근 기후위기로 인도네시아 전역이 가뭄에 시달릴 때도 사디만의 마을과 겐돌강 주변 일부 마을은 물 걱정 없이 지냈다. 이제 주민들은 사디만에게 감사하며 그를 따라 이곳 저곳에 나무를 심는다. 70세가 넘은 사디만은 지금도 계속 나무를 심는다. 그의 꿈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나무를 심으며 숲을 잘 돌봐서 더 많은 주변 마을 사람들이 물을 풍족하게 쓰는 것’이다. 

사디만이 마을을 구한 기적은 큰 감동과 가르침을 준다. 새해 원불교환경연대는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캠페인을 통해 사디만으로부터 배운 그대로 나무 심기를 해보려 한다. 알아 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그렇지만 큰 꿈을 갖고 말이다. 

[2023년 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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