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거진출진은 속세에 살면서도 속세에 물들지 않는다는 의미로 ‘진흙 속의 연꽃’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를 부르는 불가의 용어다. 법적으로 보면 거진출진규정 제2조에 ‘거진출진 자격은 재가교도로서 공부와 사업이 출중하여 원성적 정5등 이상인 자로 그 공덕이 항상 드러나는 이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거진출진’이 규정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원기27년(1942) 간행된 <불법연구회회규>에 와서다. <불법연구회회규>의 경우 제5장 회원에서 재가회원과 출가회원에 대해 규정하고, 제3절 ‘거진출진자’에 3개 항을 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재가회원으로서 진세의 향락을 끊고 오직 본회의 공부와 사업에 낙을 가진 자(제156조), 둘째, 공부와 사업에 대한 정도가 전무출신에 비하야 큰 차이가 없으나 형편에 의하야 본회로부터 직접 직무 임명의 책임이 무한 자(제157조), 셋째, 다년간 경력으로써 아래의 5항이 충실하여 조금도 흠이 없는 자는 1종이요 그 다음은 우열을 따라 2종 3종 4종 5종으로 정함(제158조)이다. 

아래의 5항은 다음과 같다. ‘①호의호식을 불고하고 험의악식을 한다 할지라도 이 공부 이 사업을 영구히 계속하는 자. ②재색의 낙을 불고하고 담박한 생활을 할지라도 이 공부 이 사업을 영구히 계속하는 자. ③명예와 권위를 불고하고 이 공부 이 사업을 영구히 계속하는 자. ④ 안일을 불고하고 육신과 정신에 어떠한 고통이 있을지라도 본회 규칙 생활을 영구히 계속하는 자. ⑤공부계와 사업계에 항상 성심으로 조력하여 내왕간에 공덕이 많이 드러나는 자.’

이처럼 원불교 역사 초기에는 전무출신과 대등한 재가의 자격을 ‘거진출진’이라 이름했다. 그러다 차차 교단이 그 체계를 갖추면서 출가 위주의 운영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전무출신에 대한 규정은 크게 늘어난 반면, 거진출진에 대한 규정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창립기 교단의 특성상 전무출신의 희생 속에서 교단이 유지되고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거진출진에 대한 제도가 발전되지 못한 것을 재가를 차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창립기를 지나 결복기를 맞이하는 지금은 거진출진에 대한 정체성 확립과 제도의 보완에 힘쓸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재가·출가가 함께 공부하고 훈련하고 사업했던 고유의 전통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수위단회사무처

[2023년 3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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