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현 교무
강동현 교무

[원불교신문=강동현 교무] 옹골찬 보름달보단 이지러진 반달이 좋다. 

반달의 은은한 빛이 보여주는 세상은 참 곱다. 반달풍경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그 마음에 대산종사의 법문을 새겨본다. ‘달인(達人)은 보름달보단 반달을 사랑한다.’ 이 법문을 심사(深思)해본다. 신앙과 수행으로 보면 음덕(陰德)과 여유(餘裕)라 여겨진다. 나아가 중도(中道)로 귀결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반달풍경은 온전한 마음풍경으로 이끈다. 에루화! 참 좋다.

나는 마음공부의 달인일까? 마음풍경에 소태산 대종사를 모시며 묻는다. 수많은 말씀이 떠오른다. 그 가운데 〈대종경〉 전망품 14장에서 마음이 멈춘다. ‘심통 제자(心通弟子)’. 소태산 대종사가 “너는 나의 심통 제자인가?”라고 묻는 듯하다. 그런데 “네”라는 대답이 안 나온다. 부족한 공부심이 부끄럽다. 그러나 뵙고 싶다. 소태산 대종사를. 

뵙고 싶은 마음 속, 풋풋한 믿음을 꺼내본다. 마음공부의 달인과 심통 제자가 될 수 있다는 서원이다. 그 영감을 준 용사가 있다. 전망품 14장의 주인공. 조송광 선진과 같다. 이 용사는 기독교 군종병이다. 믿음도 꽤 깊다. 그런데 원불교도 믿는다. 매주 원불교 토요종교행사에 참석한다. 신정절을 맞이해 실시한 군종병 집체교육에도 참석했다. 심지어 주인역할도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종교행사 인원을 파악해서 알려준다. 

믿음의 시작은 “원불교 종교행사에 놀러와!”란 한마디. 참 싱겁다. 지금은? 좀 찐하다. 원불교를 믿는 이유를 묻자 “원불교를 통해 믿음이 성장됩니다”고 했다. 어떤 믿음이냐고 물으니, “예수님에 대한 믿음입니다”라고 했다. 적잖게 놀랐다. 꽤 괜찮은 심통 제자란 생각이 들었다. 소태산 대종사를 통해 예수를 보는 믿음. 물론 그 깊이를 알긴 어렵다. 그러나 영감을 주기엔 충분했다. 

그 영감을 확장해 군 교화를 살펴본다. 군 교화를 위한 목표와 비전이 있다.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그렇기에 목표와 비전은 옹골찬 보름달이 표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지러진 반달을 놓쳐선 안 된다. 반달은 마음공부 달인의 심법이요. 소태산 대종사 심통 제자의 자격이다. 다시 말해 기본이다. 좌산상사는 “기본은 기초, 주축, 근간, 맥락이다. 그리고 기본이 튼튼할수록 상서롭다”고 했다. 이 말씀을 각골명심해야 한다. 

군 교화가 어렵다고 한다. 사실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군종승인부터 지금까지 늘 어려웠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어려움 속에 군종교구의 주요정책과 행정을 군종장교 출신들이 담당하기 시작했다. 합목적성에 부합되는 인적자산의 활용이다. 그러나 최고의 인적자산으로 활용되려면 기본을 명찰하는 노력이 전제되고 현실구현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 맥락에서 가슴에 와 닿는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이 있다. “아무리 재주 있는 사람이라도 나의 심통 제자가 아니면 함께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심통 제자만 되고 보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함께 회상을 펴고 일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반달도 보름달도 아닌 ‘우뚝 솟은 달’이 될 것이다. 

우뚝 솟은 달. 소태산 대종사의 염원이지 않을까? 모두가 그 달이 되길 바라는. 그 마음을 사모하며 소태산 대종사의 한시를 읊어본다. ‘연도심수천봉월(硏道心秀千峰月) 도를 궁구하니 마음이 빼어나 천봉우리에 우뚝 솟은 달이라, 수덕신여만괵주(修德身如萬斛舟) 덕을 닦으면 몸은 만곡을 배에 그득 실은 것과 같나니라.’

/군종교구 사무국장

[2023년 3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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