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회보> 제8호 ‘예비학력고시법’에서는 학력고시에 대해 ‘<육대요령>에 그 원칙이 있으나 ‘더 정확한 실력’을 조사하기 위하여 예비학력고시법을 제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도 예비학력고시법의 제정 취지에 맞게 연구과·수양과·취사과에 대한 조항이 더욱 세밀히 제시돼 있다. 

연구과는 7급에서 특급, 그리고 6각(覺)에 이르는 단계를 두었고, 수양과는 8급(혹은 7급)에서 특급 그리고 3정(正)에 이르는 단계를 뒀다. 취사과는 7급에서 특급, 그리고 6선(善)에 이르는 단계를 고시하도록 했다. 

고시의 결과를 법위와 연결해보자. 특급까지는 보통급에서 특신급까지의 과정이라면, 특급에서 6각·3정·6선의 단계는 법마상전급에서 법강항마위까지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수양과는 8급에서부터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최대 90일 중 80일간의 성적을 조사해 산정한 것으로 ‘전부 정(丁)일 경우 8급, 70정이 될 때 7급, 60정이 될 때 6급 … ’ 등으로 1급까지 10정씩 구분해 산정했다. 특급은 ‘80일 중 정(丁)은 하나도 없고 전부 갑(甲)이 된 자’라고 했다. 이상 삼과의 허가를 모두 얻은 공부인은 ‘법강항마부’에 승급한다. 이 점에서 예비학력고시법을 현재 법위등급에 대입해 보면, 바로 이 부분이 보통급에서 법강항마위에 오르기 전까지의 학력(공부의 실력)을 고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산종사는 반백년기념사업으로 전 교도의 법위가 향상돼 이 회상이 법력 있는 주인들이 배출돼야 함을 강조하며 법위향상운동과 법위 현실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역사가 흘러오며 그 본의는 사라지고 법위사정은 형식주의로 빠지게 됐다. 재가교도에게는 법랍과 법회 출석, 훈련 이수가 법위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전무출신에게는 급수와 근무연수가 현실적 판단기준이 됐다. 이러한 형식주의적 법위사정으로 인해 교단 내 법강항마위의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그 수만큼 교단의 신앙과 수행풍토가 성숙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법위사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법위사정을 위해서는 초기교단의 예비학력고시법과 같이 ‘세밀하고 정확한 삼대력 조사법’이 부활해야 한다. 특히 누적기록에 대한 체계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상시일기로부터 시작되는 누적평가기록이 법위사정으로 이어진다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법위사정이 될 것이다.

/수위단회사무처

[2023년 3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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