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문득 돌아본 주위에 꽃들이 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다. 

처음엔 화사한 분홍빛 매화에 취해 큰 나무들만 살피다, 고개를 숙여 흙을 들여다봤다. 봉긋봉긋 솟아오른 초록의 새순과 돌 틈새에 오롯이 피어오른 딸기꽃 등이 빼곡했다. 뫼와 들에 물이 오르는 ‘물 오름달’ 3월과,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잎새달’ 4월은 흙과 자주 조우해야 할 시기라는 걸 알려준다. 생명을 키워내는 봄날은 짧으니 서둘러야 한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정상회담에서 각 나라 대표들은 무분별한 산림 벌채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심각한 기후재난을 초래할 것을 알았다. 그러나 대응은 신속하지 못했다. 결국 ‘눈 밝은’ 사람들이 나섰다. 1994년, 숲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기업, 환경운동가 및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자발적으로 전 세계 숲을 ‘잘 쓰기’ 위해 국제산림관리협의회 FSC를 설립했다. ‘산림의 지속 가능한 사용, 보존, 복원을 추구하며, 환경적으로 적절하고 사회적으로 유익하며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한’ 산림 관리를 목표로 숲의 체계적인 운용을 시작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무를 사용하는 펄프, 종이, 인쇄, 포장 분야 기업들과 패션 기업들까지 FSC ‘친환경’ 인증마크를 갖기 위해 노력할 정도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취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FSC 인증을 박탈당했다. 재생에너지 원료로 버려진 목재를 재활용하는 ‘바이오매스’ 취지가 무색하게 멀쩡한 나무를 벌목해 목재 펠릿으로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인해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인데, 벌목과 통나무 분쇄 과정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만든 펠릿은 ‘탄소제로에너지’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바이오매스라는 상품으로 기업 이미지 홍보만 생각한 ‘그린워싱(Green washing·가짜 친환경)’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4월 대각의 달을 앞두고 세상과 함께 생명을 살리고 환경을 바꾸는 ‘진짜’ 기후행동을 시작한다. ‘진짜 친환경’은 매일 반복되는 실천으로 습관을 바꾸고 이웃에 선한 영향을 넓히는 일상수행이다. 우선 두 가지만 반복해보자. 몸 수행으로 하루 6,000보 걷기와 마음 수행으로 매일 불을 끄고 마음을 켜는 5분 명상. 

하루 6,000보 걷기는 건강을 위한 걷기로 생활에 활력을 줄 수 있고, 무심코 지나쳤던 풀과 꽃, 새와 곤충들과 눈 맞춤하는 시간을 되찾아 준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탄소발자국 계산에 의하면, 하루 6,000보(4㎞ 기준) 걷기로 한 달이면 약 14.6㎏의 탄소배출도 줄이는 저탄소 실천도 된다. 하루 5분, 조석심고도 좋다. 

수시로 켜지는 스마트폰 알림과 전자파 뿜어내는 전자기기, 불빛도 꺼두고 나와 지구에 쉼을 줌으로써 마음에 집중해보자. 1인당 하루 평균 탄소발자국을 기준으로, 5분 명상 한 달이면 3㎏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절약한 탄소는 소나무 4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고 한다. 

곧 대각의 달이다. ‘생명을 지켜요 환경을 바꿔요’ 유념이 일 년이 되고 일상이 되면, 지구를 살리는 원불교인의 약속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3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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