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해가 바뀌고 절기는 벌써 입춘을 지나 봄으로 향하는데, 생명을 움트는 소식은 미미하다. 

10.29(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들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한 분향소를 철거하려는 서울시와, 지키려는 유가족·시민들이 대치했던 지난 2월 6일. 그날 지구 반대편 튀르키예에서는 ‘원자폭탄 수십 개에 버금가는’ 대지진으로 3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망자만 1만8천500명이었던, 2011년 일본 대지진을 뛰어넘은 대참사다. 사랑하는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고통을 말할 힘조차 없다”고 할 정도다.

1월 말 기록적인 한파 뒤에 날아든 난방비 청구서와 물가 인상이라는 생활 재난을 마주했다. 가계를 휘청이게 하는 난방비 폭탄에 연료비 지출이 큰 하우스 농가와 동네 목욕탕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줄지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는 ‘파산할 정도’로 생활고가 심각하다.

‘재난이 일상’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불안한 시대. 일상에서 재난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2023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완전히 새롭거나 섬뜩할 정도로 친숙한 일련의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다. 여기서 말하는 ‘친숙한’ 리스크는 향후 2년간 가장 심각한 글로벌 리스크로 꼽히는 생활물가 위기를 비롯해, 무역전쟁, 핵전쟁 공포와 같은 ‘오래된’ 위협과 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꼽는다. 

1.5°를 지켜낼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기후변화 재난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지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와 자연 생태계, 그리고 기후변화는 본질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도 여전히 세계 경제에서 자연생태계의 역할은 저평가되고, 자연 훼손도 계속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거세지는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손실, 식량 안보 및 자원 소비 사이의 상호작용은 생태계 붕괴를 가속화한다. 생태계 붕괴는 식량 공급과 생계를 위협한다. 자연재해의 영향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으로 인해 기록적인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 재난이 빠르게 증가함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재난 관리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4단계로 이뤄진다. 그러나 재난 상황에서는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재난상황이 되면 전기와 통신이 단절되기 때문에 정보를 찾거나 도움을 청할 기회가 없을 수 있어서다. 물 급수 펌프가 멈춰 수도 공급이 멈춰도 물을 구하는 방법 등 재난을 관리하는 각자의 매뉴얼부터 만들어 보자. 그리고 예방과 대비를 위한 근본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기후재난과 에너지 대란을 현명하게 해결하고 있는 ‘지자(智者)’에게 배워놓자.

독일은 2021년 7월 폭우에 충격받아 그해 9월 법률을 개정하고 탄소중립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겼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가스 구입비 때문에 전기와 가스 요금을 인상했지만, 정부 재정지원을 병행해 에너지요금 브레이크 등으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2027년까지 러시아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로 재생에너지 확대, 화석연료 이용 제한 등 구조적 개선을 통한 에너지 자립과 기후보호 대책을 병행한다. 

이렇게 재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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