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어릴 적 애정했던 간식들을 소환해본다. 옛날꽈배기, 쫀디기, 똘뱅이, 아폴로, 오란다, 강정 등. 일명 불량식품이라 통칭됐던 그 모든 간식이 다 있는 재래시장은 나만의 파라다이스였다. 잰걸음으로 신나게, 그리고 부지런히, 부모님을 따라 재래시장에 가는 이유가 내겐 분명했다. 

반질 반질 기름기 머금은 추억의 옛날꽈배기. 그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의 유혹을 어찌 견뎌내랴. 꼬아진 자태 그대로 한 입 툭 깨물어도 좋고, 한 조각 한 조각 애지중지 떼어놓고 먹어도, 마냥 행복했던 나의 애정 과자다. 

친구들과 학교 앞 문방구로 우루루 몰려가 먹었던 쫀디기, 별맛 없다고 생각했다가는 오산이다. 쭉쭉 찢는 손맛이 더해지면 나중에는 없어서 못 먹는 요긴한 간식이다. 엄마에게 억울하게 야단맞은 날엔 ‘똘뱅이’가 제격이다. 도톰한 똘뱅이를 오독오독 먹다 보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에 억울함이 금새 사라진다. 투명한 튜브 안에 알록달록 들어있는 아폴로. 차분하게 자근자근 빼먹어도 좋고, 쭉 당겨서 한 번에 밀어 먹어도 재미진 아폴로는, 그 시절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나만의 과자’라고 자칭했던 ‘비 29’는 단언컨대 나의 중2병을 벗어나게 해줬던, 지금으로 말하자면 ‘소울 푸드’였다. 부드러운 옥수수 콘에 카레와 소고기 소스가 어우러진 이 ‘신기한 과자’는 생소했던 ‘카레맛’에 나를 길들여준 과자다. 유일한 단점을 말하자면, 동그랗고 큰 크기 때문에 양이 적다는 것. 몇 개 입에 넣다 보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아쉬움을 누가 알아주랴.

레트로 감성이 충만한 과자가 종합선물세트로 선보여진 지 오래다. 예스러움을 한껏 살린 레트로 콘셉트의 과자선물세트는, 제품 안에 60~70년대 인기 있었던 ‘뱀주사위놀이’가 들어있어 추억을 상기시킨다. 최근 은은하고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를 반영, 젊은 세대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소위 전통간식이 젊은 ‘할매니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퓨전 디저트의 원조다. 그야말로 옛날 맛 그대로, 전통간식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023년 3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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