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포스터.
3월 1일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포스터.

[원불교신문=써머즈] 마블 스튜디오가 여러 차원의 우주를 뜻하는 멀티버스(Multiverse)라는 개념을 이용해 세계관을 만들고 여러 영화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멀티버스를 영화 하나로, 그것도 본격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따로 있습니다.

에블린은 미국에서 겨우 세탁소를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이민자입니다. 까다로운 국세청 조사관에게 세무조사를 받느라 스트레스를 받던 어느 날 남편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합니다. 동성애자 딸은 엄마인 에블린이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애인을 제대로 소개해주지 않아 화가 납니다. 집안과 가게는 엉망이고 에블린은 넋이 나갈 지경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기력하고 순한 남편이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민첩하고 능력 있는 비밀요원처럼 구는 거죠.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갑자기 에블린에게는 우주를 구해야 하는 임무가 생겼습니다. 그것도 수많은 여러 차원의 우주에 각각 존재하는 자신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죠. 이제 모든 세상의 에블린은 조부 투바키라는 괴상한 이름의 우주 최대 악당으로부터 우주를 지켜내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 황당한 내용입니다. 보잘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에블린이 또 다른 에블린과 또또 다른 에블린들의 도움을 받아 우주를 구해야 하다니요. 국내 개봉 제목이 단순히 영어 발음을 그대로 쓴 거라 더 감이 오지 않습니다. 힌트를 하나 주자면, 이루지 못한 목표와 버린 꿈이 너무 많은 우주 최악의 존재는 뒤집어 생각하면 다른 우주의 자신들로부터 수많은 재능과 가능성을 빌릴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는 관객을 잠시도 편안하게 두지 않습니다. 기발하고 특이하고, 말이 안 될 것 같은 상상력을 동원해 시종일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상천외한 내용을 보여줍니다. 전성기 시절의 홍콩 무술 영화 스타일의 액션도 오마주하고, 왕가위 감독 스타일을 재현한 장면들도 있습니다. 영화 중간에 영화가 끝나기도 하고, 돌멩이들이 대화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참고로 감독은 각본을 쓰다가 자신에게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가 있다는 걸 느끼고 진단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치료 중 수많은 우주의 자신을 떠올리던 경험을 각본에 반영했다고 하죠. 영화가 제공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신나게 즐기다가 마지막이 되면 마음이 찡해지는 신기한 경험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버전은 10여 분 추가된 최초 개봉 버전의 확장판이며, 유료 OTT인 웨이브 구독자는 추가 요금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슬로우뉴스 전 발행인

[2023년 3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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