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써머즈] 9년 전 〈존 윅〉 시리즈 1편이 개봉했을 때, 먼저 관람하고 온 지인에게 영화 내용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그때의 답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양아치 몇 명이 은퇴한 킬러의 강아지를 죽였더니 그 킬러가 분노해 은퇴를 번복하고 갱단을 쓸어버려.” 그게 전부냐고, 키아누 리브스가 주인공인 영화의 줄거리가 그게 다냐고 재차 물었지만, 그 지인은 영화 내용은 그게 전부라고 했죠. ‘어떻게 101분짜리 영화의 내용이 저럴까’하며 영화를 봤는데, 정말 그게 내용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즉, 〈존 윅〉 시리즈는 은퇴한 주인공이 살인청부업자로 돌아오게 된 아주 기본적인 설정만 남긴 채 복잡한 상황 설정이나 후반부의 반전, 리얼리티 같은 건 생략하고 대신 주인공의 복수의 감정을 극한의 액션으로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시리즈입니다. 영화 속에 여러 인물과 장소, 단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정확히 소개하지 않습니다. 물론 영화가 생각보다 히트하자, 속편을 만들어가며 조금씩 그 가상의 세계관을 확장하긴 하죠.

〈제이슨 본〉 시리즈가 잘 만들어진 첩보물로서도 인기가 많았지만, 전혀 과장되지 않은 사실적인 액션으로도 호평을 받았죠. 근접 격투신에서 동남아시아의 무술인 칼리 아르니스와 실랏을 섞은 동작을 섞고, 무슨 액션을 해도 과장되지 않은 설정으로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제이슨 본〉 시리즈 이후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이러한 스타일의 액션에 영향을 받았죠.

액션이 거의 전부인 〈존 윅〉 시리즈 역시 액션 스타일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존 윅이 구사하는 각종 액션은 실전에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초근접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센터 액시스 리록’이나 적을 확실하게 제압하는 ‘모잠비크 드릴’ 같은 사격술이 대표적입니다. 〈존 윅〉 시리즈는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더라도 총알은 넣은 만큼만 나가고, 다 쓰면 장전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처음에는 강아지의 죽음 때문에 분노해 청부 업계로 복귀하게 된 존 윅은 이제 ‘최고 회의’라는 전 세계 마피아들의 연합체에 쫓기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번에 개봉하는 <존 윅 4>는 자신을 쫓아다닌 ‘최고 회의’를 쓰러트리려고 합니다.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며 반격의 기회를 모색하려고 하죠.

사실 〈존 윅 4〉는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로 기획됐고, 단순한 이야기 구조의 액션 영화답지 않게 2시간 50분 정도의 러닝 타임을 액션으로 꽉꽉 채워 피날레를 장식하려 했지만, 반응이 너무 좋아 벌써 5편 제작이 확정됐다고 합니다. 또한 〈존 윅〉 시리즈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받은 스핀오프 영화 〈발레리나〉도 제작 중입니다.

[2023년 4월 1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