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오성 교무
장오성 교무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나는 신이다.’ 요즘 아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금기어다. 이번 글 제목을 이 명제로 정할 예정이었는데 하필 이 시기에 회자 되다 보니 희화화될 것 같아 쓸 수도 없고 아니 쓸 수도 없어 대략 난감이다. 위대한 이 용어가 사용자의 의식 수준 따라 정확한 진리 표현이 되기도 하고, 망나니 칼춤 추는 헛소리가 되기도 한다. 누구는 신이고 누구는 신의 피조물이라고 믿는 굳은 신념 때문에 깨달음의 길이 막혀 영생을 헤매는 불운한 이들이 많다. ‘내가 신이니 나를 섬기라’는 장난질로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은 영생토록 그 무서운 벌을 어찌 다 받으려나. 우매함과 가련함이 실로 한량없다. 

신은 따로 없다. 별도의 신을 섬기거나 칭한다면 그건 사기다. 그런 신은 없다. 일체가 신 아님이 없고, 하나님 아님이 없고, 법신불 부처님 아님이 없다. 티끌 하나 유정물 무정물 일체만물 허공법계가 신 아닌 것이 없고 부처 아닌 것 없이 처처불상이다. 일체가 하나님이요 신이며 법신불이요 진리다. 나무가 신이요 내가 신이며 이것저것이 다 신이요 신 아닌 것이 없다. 이 말을 지금 오만 번은 더 했을텐데 지금도 대충 고개만 끄떡이며 넘어가는가. 글자 너머를 온전히 천천히 느끼면서 그렇지~ 하고 가슴 깊이 믿으라. 믿음이 깨달음의 결정타다. 그 위대한 신이 바로 난데, 이 엄청난 말씀에 가슴이 벅차게 두근거리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야 실제로 믿는 상태지, 그렇지 않다면 무용지물인 머리 창고만 채우는 꼴이다. 

일체는 법신불을 구성하는 세포다. 세포가 내가 아니다. 나는 세포 안에 들어가 있는 작은 존재가 아니다. 세포가 내가 아니라 전체 법신불이 통으로 나다. 법신불은 어디에서도 나눠지거나 잘라지지 않는다. 세포 에너지와 허공 에너지가 단절 없이 하나로 엮인 인드라망이다. 온 우주가 신령하고 텅 비었으며 하나로 툭 열린 에너지 덩어리다. 우주는 통으로 법신불이다. 일체 세포들은 알든 모르든 법신불인 온 우주를 통째로 자기 삼아 존재한다. 전체 법신불이 통으로 나며 세포 하나가 전체다. 내가 곧 법신불이며 법신불이 곧 나다.

전체가 나이므로 일체 만물이 모두 나다. 남에게 한다고 하는 것이 법신불 자리에서는 다 내게 하는 것이라,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줄 수가 없다. 손이 수저를 들어 입으로 밥을 넣어주는 것은 내가 남에게 밥을 먹인 것이 아니듯, 법신불 하나밖에 없는지라 일체 만물을 위한 어떤 행위도 다 나를 위한 일이다. 이 우주에 나밖에 없고 나의 일 아닌 것이 없으니 누굴 위해 뭘 해줬다는 상을 낼 것도, 섭섭할 것도, 상처받을 것도 없다. 모두가 위대한 신 아님이 없으니 우주 안 어디에도 함부로 해도 될 존재는 없다.

중국 선종 5조 홍인 대사는 일곱 살에 4조 도신이 있는 절에 들어가 불상을 향해 오줌을 갈겼다. 이를 본 스님들이 기겁을 하며, 부처님 앞에서 오줌을 누면 큰 벌 받는다고 호되게 야단을 쳤다. 홍인은 미동도 없이, ‘부처 없는 곳을 일러주면 그곳에 오줌을 눌 것이요, 부처 없는 곳을 일러주지 못하면 계속 여기 불상 앞에 오줌을 누겠노라’ 한다. 스님들이 기가 막혀 도신 큰스님께 고하니 껄껄 웃으며 제자로 삼아 대를 이었다. 

부처 없는 곳, 부처 아닌 곳을 일러줄 수 있는가. 따로 신을 만들어 신 아닌 것과 둘로 나누고 있다면 사이비요, 모두가 신임을 말한다면 그가 참이다! 일체 처, 일체 물, 일체 허공법계 모두가 신이다. 이 쉬운 말을 여적지(여태까지) 가슴으로 훅 못 받아들인다면 그게 더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변산원광선원

[2023년 3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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