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호 교무
박윤호 교무

언젠가 기업경영 일선에서 KPI(핵심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icator)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과거 전통적 의미의 기업경영은 ‘매출-비용=이익’이라는 단순도식에 기초해 성과를 평가해 왔고, 현대 재무공학이 발달하고 나서는 보다 체계적인 재무제표들에 기반하여 조직이나 기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 경영설계를 해왔다. 그러나 사회구조의 변화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과거의 추계에 바탕하여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 퍽 어려워진 요즘에는 전통적인 성과지표들이 반드시 미래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분석자료로 활용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서비스업 중심과 정보사회로의 변화는 그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KPI는 그러한 변화 속에 대안적 성과지표의 발굴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고 산업분야별로 그리고 직무분야별로 저마다 다른 핵심성과지표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기초하여 등장하게 된 것 같다. 

원불교의 전통적인 성과관리는 수십년간 ‘교화상황보고서’로 이뤄지고 있었다. 지방에 발령받아 교화직으로 근무하는 교무가 매주 교화상황을 기입해 월말에 교구를 경유해 교화훈련부로 서면 보고하는 형식이었다. 거기에는 단순히 법회 출석 뿐 아니라 입교수, 새로운 신자 인도수 등을 기입했다. 특징적인 것이 있다면 그 달의 순교(巡敎) 횟수를 기록하게 한 것이다. 지금은 원티스 종합일지에 순교 분류값으로 기록될 뿐 성과목표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모습과 대비된다.

이 같이 종이와 우편으로 보고하던 방식에 혁명을 가져온 것은 원불교종합정보시스템(WonTIS)의 개발이었다. 전국의 예회 출석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많은 편리를 가져왔다. 그 즈음 등장한 것이 교화목표관리다. 원티스에 로그인하면 각 교구별 법회 출석 목표와 달성치를 그래프로 표시하여 적․황․녹의 신호등 색깔로 주의심을 챙기게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무들의 실적압박을 동반하는 ‘숫자놀음’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현실적 교화통계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스승님들께서도 누차 강조하신바 있기 때문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창립 공로 전형(銓衡) 요건에 입교권면을 강조하신 바 있고, 정산종사는 실력삼단법문에서 세 번째로 ‘회원증가’를 언급했다. 실제로 원불교가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각종 사업에 응모하고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인구센서스 상에 드러나는 절대적인 교도수에 기초하여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이는 절대로 무시해선 안되는 성과지표에 해당한다. 

일찍이 공부․교화․사업이라는 우선순위를 받은 우리로서 근본에 힘쓰는 ‘무본(務本)’에 해당하는 성과지표는 무엇이 있을까 늘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예를 들어 최종적으로 전산에 보고되는 결과는 법회출석 숫자일지라도, 각 교당에서 설정한 KPI로는 ‘일기제출건수’나 ‘지도인 문답건 제출수’ 등을 대신 접목 해 본다면 상시훈련에 방점을 둔 목표관리에 해당한다고 이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 강원교구 재가출가가 모인 강원교구 교의회에서는 연말시상을 실시했다. 그런데 예년에 법회 출석 증가를 기준으로 시상하던 것을 폐지하고, 줌(Zoom)을 통한 좌선 출석율이 좋은 교무를 재가교도들 앞에서 시상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교화나 사업보다, ‘공부’를 우선한 KPI가 설정된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뿌리에 거름을 해야 줄기와 가지와 잎과 열매를 거두게 되는 원리’를 활용하여 핵심(Key)을 찾아가는 회상의 교화발전을 기도해본다.

/김화교당

[2023년 3월 2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