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가상·현실·생체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9년 XR-메타버스의 소태산갤러리를 오픈하며 파일럿 콘텐츠로 ‘거울명상_나는 무엇인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가상-현실-생체를 연결하는 여정의 출발점에서 기획됐다. 

2018년 CES에서 VR분야 최고혁신상을 받은 룩시드랩스와 MOU를 맺었고, 룩시드링크 기술을 통해 뇌파를 추출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결과를 현실공간과 연계된 가상의 소태산갤러리에 보여주는 형식이다.

방식은 정산종사의 ‘영기질’이라는 말씀에 기반해, 영과 기와 질의 거울을 통해 바라보게 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마음의 거울 - 기의 거울 - 몸의 거울’이다. 커다란 3개의 거울에 둘러 쌓여서 ‘나를 보는 여러 관점’을 체험하는 것이다. 마음의 거울과 기의 거울은 그래픽으로 만들었지만 실제 거울처럼 나의 신체 움직임에 따라 변화된다. 특히 몸의 거울의 경우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몸의 안쪽이 드러나는 컨셉이다. 몸의 거울에서 내 몸을 보다가 다가가면 뼈가 보이고 장기가 보이며, 뇌파와 신경도 볼 수 있다. 

이는 추출되는 뇌파에 대한 해석에 대해서도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일럿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 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하는 시도였다.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뇌과학의 연구성과와 인간증강-인공지능의 발전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우리 몸의 신호를 받아 현실에 적용하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뇌파나 심전도, 근전도, 뇌전도, 안구전도 등의 신호 혹은 맥박, 혈압 등의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추출해서 진단할 수도 있다. 이후 그에 따른 처방을 내려 현실에서 온도, 색상, 조명 등의 환경을 개선하거나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이 적합한지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윤리나 사회적인 문제를 포함해서 ‘생체신호를 어떻게 추출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여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겠지만, 이에 대한 해결을 전제로 약간의 긍정적 비약을 덧붙여 보면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상·현실·생체가 만나는’ 이 과정이 나와 세계, 나와 남(자-타)의 관계에 대한 유의미한 깨달음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어떤 존재인가, 내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마음의 실체, 분리될 수 없는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첫 단추가 되지 않을까. 또한 더 구체적인 마음공부법, 좀 더 실질적인 일기법도 이 과정을 통해 자리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십여 세만 넘으면 대개 초견성은 한다’는 <대종경 선외록>, 일심적공장 6절의 말씀을 다시 새겨본다.

[2023년 4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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