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호 교무
현상호 교무

[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원기94년(2009) 12월 29일에 황민정 원장님과 함께 하와이 훈련원에 왔다. 햇수로는 14년이지만 들고 난 것을 빼면 만으로 10여 년이다. 해외라는 특성상 단기간에 교화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지만, 그래도 교화 사업을 10년 했으면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현상 유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외에서 교화를 하다 보면 들이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좌절하기도 하고, 국내에 있는 동기들과 비교도 하며 내가 여기에 온 것이 잘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나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부산 행가 시 김성명화라는 교도에게 “그대로 비롯하여 부산 교세가 많이 발전하겠도다”라고 하셨는데, 성명화 스스로는 “무식하고 빈한하고 겸하여 홀로 된 여자의 몸으로 내 가정 하나도 지탱할 줄 모르는 나에게 어찌 그러한 과중한 말씀을 하시는고”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며칠 후 소태산 대종사로부터 “그대는 걱정을 말라. 천하의 대사가 모두 정한 바 있어 나타나느니라”라는 편지를 받고는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기뻐하여 더욱 믿음을 굳게 바치고 법을 폈더니 의외로 좋은 연원을 많이 얻어 부산 교세가 날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건강 검진 차 한국에 와서 오랜만에 소태산대종사성탑 앞에서 심고를 모시는데, 소태산 대종사께서 “그대는 걱정을 말라”고 해 주시는 것 같아 안심이 됐다. 누구나 해외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 연고도 없고 정서도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외국인에게 교법을 전하기는 쉽지 않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 전력의 3배의 차이가 나야 한다고 한다. 해외라는 환경은 국내의 3배 에 이르는 신앙과 수행의 힘을 가지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그렇게 버티다가 몸과 마음이 지쳐 재충전을 하기 위해서 한국에 오는 해외 교무들에게 다시 해볼 힘과 용기를 주시는 모든 인연에게 감사하다.

대산종사는 “지금 세상은 진급기에 있으므로 밝아지고 좋아지기는 할지언정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니, 우리 회상도 성쇠의 변화는 있을 수 있으나 크게 걱정할 일은 없으리라. 소태산 대종사께서 주세 성자로 이 땅에 오시어 회상을 펴시고 정산종사를 찾으신 뒤 ‘회상 만대의 일은 이제 끝났다’고 하신 말씀은 스승의 뜻을 오롯이 받들 수 있는 한 제자만 있어도 이 회상은 만대에 걱정이 없다는 말씀이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스승의 뜻을 오롯이 받드는 그 한 제자가 되어 혈심과 법통이 끊어지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야 하느니라”라고 했다.

우리가 온갖 시련에도 불구하고 버티며 해외라는 낯선 환경에서 법을 전하는 이유는 인과를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씨앗을 심으면 시절 인연을 따라 반드시 싹이 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천하의 대사는 그 시절 인연을 따라 나타나게 되니 일원의 법 종자를 뿌렸으면 스승의 뜻을 오롯이 받드는 한 제자가 되어 싹이 나는 그 기간동안 걱정으로 기다리지 말고 안심하라”고 하셨다. 

부산의 김성명화 선진이 스승의 뜻을 오롯이 받드는 한 제자가 되어 안심하고 더욱 신심을 바쳐서 결국 교화 사업에 성공하였듯이 나도 그 선진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진리와 법과 스승과 회상에 대한 신성을 바쳐서 해외 교화 사업을 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하와이국제훈련원

[2023년 4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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