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호 교무
현상호 교무

[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 훈련원이 있는 서쪽은 다른 곳에 비해 발전이 덜 된 지역이다. 특히 서쪽 끝 ‘마쿠아’라는 지역은 아직도 군사 보호구역이어서 자연환경이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그 길의 끝에 ‘카에나 포인트’라는 주립 공원이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알바트로스 새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그곳은 오아후 섬의 북쪽과 서쪽이 만나는 곳으로, 옛날 하와이 원주민들은 그곳에서 먼저 간 조상들이나 영혼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훈련원에서 카에나 포인트까지 는 걸어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길 옆으로는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태평양을 끼고 걷다 보면 겨울철 운이 좋은 날에는 알래스카에서 새끼를 낳기 위해 오는 혹등고래나 돌고래 무리도 볼 수 있다. 가는 길 내내 해안선을 따라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특히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종인 알바트로스의 새끼와 어미 새의 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인기가 있다.

몇 주 전, 원기98년(2013년) 2월에 훈련원에 다녀간 홍○○ 교도님이 열반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장으로 퇴임하고 이제껏 못했던 여행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며 딸과 함께 방문해 하와이 섬들을 돌아보면서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딸인 김○○ 교도는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다가 하와이 국제훈련원 전화번호와 황민정 교무님에 대한 메모를 발견하고, 이곳의 여행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말해주며 천도재를 지내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이에 우리는 마침 이곳을 방문한 북전주교당 교도들과 함께 천도재를 지냈다. 재를 지내면서 고인과 함께 갔던 빅 아일랜드에 있는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도 올랐다. 

열반한 홍 교도가 예전에 이곳에서  눈물을 흘리며 “먼저 간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이제는 그 딸인 김 교도가 어머니 홍 교도를 떠나보내면서 “살아계실 때 좋아하셨던 하와이를 한 번 더 모시고 갔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표현한다. 그 모습을 보고 ‘효심이 대를 이어 하나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도재의 위력에 대해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모든 사람이 돌아간 영을 위하여 일심으로 심고를 올리고 축원도 드리며 헌공도 하고 선지식의 설법도 한즉,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고 기운과 기운이 서로 응하여, 바로 천도를 받을 수도 있고, 설사 악도에 떨어졌다 하더라도 차차 진급이 되는 수도 있으며, 또는 전생에 많은 빚을 지고 갔을지라도 헌공금을 잘 활용하여 영위의 이름으로 공중 사업을 하여 주면 그 빚을 벗어 버리기도 하고 빚이 없는 사람은 무형한 가운데 복이 쌓이기도 하나니, 이 감응되는 이치를 다시 말하자면 전기와 전기가 서로 통하는 것과 같다 하리라”고 했다.

여섯 번째 천도재를 지낸 후 정원을 둘러보니 새로 만든 훈련원 연못에 노란색 수련이 아름답게 피었다. 그 수련을 보니 영가가 새로운 몸을 받아서 다시 태어날 징조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카에나 포인트를 걸으면서 이곳 하와이에서 좋은 추억과 기억이 남기를 기도했다. 하와이안들이 먼저 간 조상들의 영혼을 만나러 이곳에 왔듯이 이들에게도 먼 훗날 이곳에서 먼저 간 분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길 염원해 본다.

/하와이국제훈련원

[2023년 3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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