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성 교무
이래성 교무

[원불교신문=이래성 교무] 울산교당에 첫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내훈련원 정월대보름 기도에 참석했다. 훈련원에서 참석한 사람들에게 종이를 주며 ‘새해 빌고 싶은 소원을 적어보라’고 했을 때 나는 ‘어린이법회와 학생법회를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주변 교무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법회를 개설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교무님들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하라”고 조언했다. 다행히 어린이법회의 경우 좋은 인연을 만나 바로 시작할 수 있었지만 학생법회 개설은 쉽지 않았다. 어린이법회를 보고 있는데도 학생법회를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교화를 시작한 지 4년째 되던 해부터 학생법회를 볼 수 있게 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학생법회를 볼 수 있게 된 계기는 드라마틱한 것은 아니었다. 기존에 없었던 중학생이 ‘짠’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고, 어린이법회를 봐온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간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당에 다니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생법회를 시작하게 되니, 나는 어린이법회와는 또 다른 분위기와 재미를 찾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고맙게도 요즘은 어린이법회를 다니는 아이들이 “빨리 중학생이 돼서 학생법회를 보러오고 싶다”는 기대 섞인 말을 해 줄 정도가 됐다.

지난해 한 어린이회원이 무척 우울한 목소리로 “한 달 뒤부터는 교당에 못 올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가족 중 유일하게 혼자 교당에 오는 아이이다 보니 ‘부모님들이 가지 말라고 했나? 왜 못 오는 거지?’ 등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왜 못 올 수도 있어?” 하고 물었다. 아이는 “아빠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며 “전학도 가야 한다”고 크게 상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새 주소를 물었다. 검색해보니 다행히도 지금 사는 곳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일요일 아침 차량 운행코스와 방향은 정반대였지만, 교당에서 충분히 데리러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나는 어린이회원에게 “걱정하지 마. 이사 가도 교당에 올 수 있어”라고 이야기했고, 아이는 안심하며 좋아했다. 덕분에 차량 운행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늘어났지만 사는 곳도, 학교도, 친구도 모두 바뀌어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우리는 ‘바뀌지 않는 교당’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변화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 변화가 스스로 원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타의로 변화해야 할 때 아이들은 무척이나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낀다. 어른에게 5년은 금방 지나가는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지나 중학교에 가고, 혹은 고등학교까지 진학하게 되는 가장 변화가 많은 시간이다. 이 시기에 다행히도 교당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남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참으로 큰 은혜다.

아이들이 앞으로도 교당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고향’처럼 생각하기를 바란다.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함께할 수 있는 또 다른 집이자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곳이 곧 ‘우리 교당’이 되기를 바란다.

/울산교당

[2023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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