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성 교무
이래성 교무

[원불교신문=이래성 교무] “저희도 플로깅 하고 싶어요.”

올해 초 학생들이 어디서 플로깅 뉴스를 보고는 교당에 와서 자기들도 하고 싶다고 했다. “어디서 할까?”하고 물으니 “이왕 가는 거 해운대 바닷가에서 하면 안 되냐”고 묻는다. “플로깅이 목적이니, 해운대에 가는 게 목적이니?”라고 되물으니 까르르 웃기만 하는 학생들과 날짜를 잡아본다.

나도 플로깅을 듣기만 했지 해본 적이 없어서 부산울산교구 청소년교화협의회에 문의를 했다. 교구에서는 ‘치웁시데이(Day, 부산울산교구 플로깅 행사명)’ 어깨띠와 집게가 있다고 했고, 해운대교당 교무님은 “해운대 근처는 주차할 곳이 없어서 교당에 주차하면 되고, 집게와 쓰레기봉투도 빌려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몸만 오라”며 여러 팁과 경험담을 말해줬다.

해운대교당에서 해운대 바닷가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그 이동 경로에 상가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골목골목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엄청 많았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있는 쓰레기까지 꼼꼼히 주웠고, 봉투는 금세 다 찼다. 아이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에 상가 주인들은 착하다며 칭찬을 해주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쓰레기를 가져다주며 고맙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뿌듯해했고, 쓰레기 줍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15분 정도의 거리를 지나는데 2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바닷가에 도착하고 보니 막상 해변은 청소하는 분들이 있어 쓰레기 없이 깨끗했다. 한참 해변을 걷던 아이들은 중간에 휴식을 취하며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틀며 동영상(틱톡)을 찍었다. 하나도 힘들지 않은지 신나서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며 그냥 행복한 웃음이 나왔다.

올여름 어린이훈련과 학생훈련을 모두 교구에서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부산에서 훈련을 난다고 하니 아이들은 벌써 ‘빨리 방학이 오면 좋겠다’고 말한다. 일주일씩 하면 안 되냐며 더 길게 하고 싶다고 조른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다. 노키즈존이 성행하고, 아이들이 다치는 여러 기사를 볼 때마다 더욱 생각나는 문구이기도 하다. 

각 교당에서 어린이법회에서 학생법회까지, 학생법회에서 청년, 일반법회를 볼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동안 교당과 교구에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는지 생각하면 매주 감사한 마음이다.

이번 플로깅처럼 처음 해보는 일, 혼자 하기 힘든 일들도 교구와 주변 교당과 함께하고, 서로 도우면 더 즐겁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올 여름도 즐거운 훈련을 날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아이들과 법회를 본다. 

/울산교당

[2023년 4월 26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