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가족, 시민, 교도 한 데 어울린 깨달음축제
익산시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성지 찾아와 즐겨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4월 28일 원불교열린날을 전후로 원불교 각 교구와 교당 및 기관에서 다양한 법·은혜·놀이잔치를 펼치는 가운데 원불교 익산성지에서 깨달음축제가 열렸다. 

“종교 장소라고 하면 부담스럽고 어려워서 평소에 와볼 생각을 잘 못 하는데, 이런 축제를 통해 종교를 부드럽게 접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익산시민 서금지 씨(모현동)이 전한 소감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4월 21~23일 원불교 익산성지에서 열린 ‘깨달음축제’.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까지 해제된 상황에 익산성지 이곳저곳에는 더욱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깨달음축제는 4월 21일 오후 2시 개막식으로 본격 문을 열었다. 개막식은 2023 상반기 원불교콘텐츠공모전 시상식(단편영상, 창작성가 부문)을 겸했으며, 단편영상 수상작이 최초 공개됐다. 

이날 저녁 6시부터는 제2회 송대음악회가 진행돼 축제의 열기를 돋웠다. ‘퓨전국악과 함께하는 깨달음 한마당’에는 국악의 대중화를 이끄는 경성구락부, 예결밴드, 억스(AUX)가 출연해 봄밤과 성지에 어울리는 흥과 어울림을 끌어냈다. 고은성 교도(정토회교당)은 “성지에서 원불교 행사가 아닌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대외적 행사가 열렸다는 점이 인상적이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4월 22~23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 다양한 체험과 이벤트, 공연이 방문객을 만났다. 그중 영모전광장에 마련된 하늘 사람들 놀이터는 단연 인기 최고였다.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넓은 광장에서 에어바운스와 연날리기를 마음껏 즐기며 뛰어놀았고, 원불교 차문화협회와 서예문화협회가 함께한 밀크티만들기·캘리그라피 체험장에도 사람이 북적였다. 사은 네 컷 부스는 익산성지에서의 추억을 남기게 하는 동시에 원불교열린날과 대각개교절을 알리는 1등 공신으로 역할 했다. 딸의 초대로 축제에 참석했다는 김동규 씨(아산시)는 “이곳의 축제는 참 신기했다”며 “옛날 어른들이 꾸렸던 향약, 계, 두레의 정겨움이 그대로 남아있는 느낌이라, 길지 않은 역사의 원불교가 어떻게 한국의 4대 종교로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또 4월 22일에는 익산에 본사를 둔 ㈜하림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소비자봉사단 40여 명을 익산성지로 초대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박정현 신선마케팅PM팀장은 “올해 소비자봉사단 발대식을 익산 본사에서 진행하면서 아이들 교육에 도움 되고 의미 있는 여행지로 원불교 총부(익산성지)를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축제 기간과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피드백을 살핀 세심함도 축제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와 올해 축제에 모두 참여한 송여란 교도(정토회교당)은 “올해는 수유와 기저귀 교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돗자리를 펼 수 있는 그늘막도 설치돼 아이들과 축제를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탄신일 아닌, 깨달은 날 기념 신기”

이웃종교인들이 남긴 소감도 인상적이다. 

천주교 신자인 노민진·홍새봄 씨(전주시·완주시)는 “성지 경관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행사 관계자들이 편안하게 맞이해줘 감사했고, 원불교라는 종교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졌다”며 “따뜻한 봄날 원불교 성지에서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모태신앙 개신교인 최지현 씨(청주시)는 “이웃종교 행사는 처음 경험했는데, 탄신일이 아니라 깨달은 날을 기념한다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이는 익산성지 축제를 통해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축제의 콘텐츠가 훌륭함에 비해 내부 구성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점이나, 아하!데이 나눔축제와의 일정 중복으로 인한 인력 분산 등에 대해서다. 이와 관련 익산시민 손서연·손준서 어린이 가족(영등동)은 “이곳에 아무나 들어오면 안되는 줄 알았다”며 “축제를 계기로 들어와 보니 일반 공원보다 분위기가 좋고 안전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로 와도 되는지 망설였다”며 “유치원과 학교에 홍보하면 더 많은 가족이 방문할 수 있고, 플래카드 등에도 ‘익산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와 같은 문구가 덧붙여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축제는 원불교 교도는 물론, 익산, 전주, 영광, 광양, 서울 등에서 오간 방문객 수가 2천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교도보다 일반인 방문객 수가 더 많았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를 이뤘던 점에 주목이 필요하다.

[2023년 4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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