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23상(태초 존재 상): 태초에 일원상이 있었다
<요한복음> 1장 1절에 보면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같이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니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원불교에서는 “태초에 일원상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일원 태초 존재 상이다. 

남송 휘종(徽宗) 때(850년 전)의 자각 선사(1053~1113년)은 ‘고불미생전 응연일상원 석가유미회 가섭기능전(古佛未生前 凝然一相圓 釋迦猶未會 迦葉豈能傳: 고불(과거 부처)가 이 세상에 출현하기 이전에도 일원상의 진리가 두렷이 존재해 있었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그 뜻을 확실히 알지 못했거늘 가섭이 어찌 후세에 전할 수가 있었겠느냐)’라고 했다. 여기서 고불은 석존이 세상에 나기 이전에 출현한 여섯 분의 부처와 석존을 보탠 일곱 분의 부처로, ‘고불 7불’이라고도 한다. 

 

원불교에서는
태초에 일원상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일원태초 존재 상이다 

일원상을 그리는 블랙홀.
일원상을 그리는 블랙홀.

7불은 과거 장엄겁에 출현한 ① 비바시불 ② 시기불 ③ 비사부불 등의 3불과 현겁에 출현한 ④ 구류손불 ⑤ 구나함모니불 ⑥ 가섭불 ⑦ 석가모니불 등 4불을 합쳐 말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입멸한 부처이므로 ‘고불’이다. 그러므로 고불미생전이란 이 7불이 탄생하기도 전에 일원의 두렷한 상이 존재했다는 의미로, 일원상의 진리가 시공을 초월해 여여하게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자각 선사는 송나라 때의 고승으로 하북서로 낙주 영년 사람으로 속세의 성은 손이고, 법명은 종색, 호는 자각 선사이다. 29세에 진주 장호 원통법수 선사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그 후에 광조응부 선사의 법통을 이었다. 

1940년(원기25)판 〈불법연구회 근행법〉에는 일원상 그림 아래 ‘고불미생전 응연일상원’이라는 글이 함께 들어있다. 일원상을 법통으로 하는 원불교로서 법맥을 댈 수 있는 근거다. 

최근의 과학에서 일원의 태초 존재는 블랙홀이 일원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2019년 4월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프로젝트 과학자들은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호라이즌 망원경으로 공개된 블랙홀 사진은 일원상을 보이고 있다. 지구에서 5500만광년 거리에 있는 처녀자리에 속해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모습을 실제로 촬영한 것이다. 약 100년 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서 제시된 블랙홀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4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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