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21상(심월-마음 달- 상): 
경허  대선사의 100주년 기념탑에 일원상을 새긴 의미는? 

‘길 위의 성현’, ‘한국의 달마’로 평가되는 경허 대선사(1846~1912)는 한국 근대 선불교의 중흥조로 꼽힌다. 동학사 만화 강백(강사 스님의 높임말)에게 불교 경론을 배운 이래 유학과 노장 사상 등 유·불·선에 통달해 1871년 동학사 강사로 추대됐다. 1879년 영운선사의 ‘여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 馬事到來: 나귀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닥쳐왔다)’라는 화두를 들고 정진하던 중 ‘소가 돼도 고삐 뚫을 구멍이 없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라는 한 사미승의 질문에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 이후 1880년 천장암에서 1년여간 보림 후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다. 경허 스님은 56세에 만공에게 전법계를 전한 후 함경도 갑산 웅이방 도화동에서 입적했다. 

경허 대선사는 1912년 4월 25일 갑산 웅이방에서 ‘심월(마음 달)이 외로이 둥그니 그 빛이 만상을 삼키도다. 빛과 경계가 다 없어지면 다시 이 무슨 물건인가? ○(일원상을 그리심)’라는 열반송 밑에 일원상을 그리고 그대로 오른쪽으로 누워 입적했다. 
 

경허대선사 열반 100주년 기념탑.
경허대선사 열반 100주년 기념탑.

이후 2012년 경허 대선사 입적 100주년을 기념해 기념탑이 조성됐다. 경허 대선사의 추모 기념탑에는 선사의 일대사와 깨달음을 담았고, 앞면에는 한자를 배제하고 대선사 등의 호칭도 생략한 채 간결한 한글 서체로 ‘경허’라고만 새겼다. 탑 밑 부분은 고집멸도 사성제를 상징해 직사각형으로 조성했으며 그 위에는 한 송이 연꽃을 장엄, 오탁악세에도 오직 선사의 청정한 가르침이 연꽃처럼 영원할 것이라는 발원의 뜻을 형상화했다. 또 각 면에는 선사의 열반송과 일원상, 선사께서 보리장을 펼칠 때 나침반으로 간직했을 ‘여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 馬事到來)’란 화두를 새겨 넣었다. 

경허 스님의 발길이 닿고 지난 자리에는 반드시 선풍이 일어났다. 오늘날 선방의 대부분 풍경이 이 당시 정립됐다고도 전해진다. 경허 스님은 한국 근대불교의 새벽 별로 암흑 속의 불교에 빛을 밝혔다. 
 

순환도의 핵심은
 ‘소아’와 ‘대아’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대아=소아+○, 
즉 소아에 일원상을 더하면
 대아가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일원 22상(자아순환 상): 
대아와 소아의 기본적 차이는 무엇인가?

숭산 스님(1927~2004)은 한국 선불교를 해외에 퍼뜨린 위대한 포교사다. 숭산 스님은 외국인 제자들을 위해 화계사에 국제선원과 계룡산에 무상사를 개원했고, 1966년부터 30년간 일본, 홍콩, 미국, 캐나다 토론토, 폴란드 바르샤바, 영국 런던, 스페인 팔마데마요르카, 브라질, 프랑스 파리, 싱가포르 등 세계 30여 개국 120여 군데에 홍법원과 선원을 개설해 한국 불교의 선(禪)을 세계에 전파했다. 대표적 외국인 제자로 대봉, 우봉, 현각, 무량, 무상, 해량, 무심, 청안 스님이 있다. ‘오직 모를 뿐’,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는 유명 법문으로 달라이 라마, 틱낫한, 캄보디아 종정 마하 고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불렸다. 

숭산 스님은 자아의 변천이 일원상을 따라 순환함을 보였다. 인간은 나뿐인 놈, 즉 ‘소아’로 태어난다. ‘소아’인 나는 무엇을 해도 업을 벗어날 수 없다. 나쁜 일을 하면 당연히 업력이 쌓인다. 그러나 좋은 일을 해도 생색을 내기 때문에 업력을 증가시키는 ‘업아’가 된다. 여기서 업력을 벗어나기 위해 ‘주함이 없음’이 강조되며, 이를 통해 ‘무아’ 경지에 이르게 된다. 무아의 경지는 ‘나’ 없으매 ‘나’가 드러나는 ‘진아’로 발전한다. 진실한 나, 즉 ‘진아’에서 더 큰 나를 발견하는 것이 ‘대아’다. 
 

숭산 대선사의 자아의 순환도.
숭산 대선사의 자아의 순환도.

순환도의 핵심은 ‘소아’와 ‘대아’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소아’와 ‘대아’는 자기를 위하는 이기적인 면에서는 공통이다. 그러나 소아는 직접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지만, 대아는 한 바퀴 돌려서 다른 사람의 이득을 취하게 함으로써 상생한다는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 대아=소아+○, 즉 소아에 일원상을 더하면 대아가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대종경〉 요훈품 21장에서 소태산 대종사는 “중생은 영리하게 제 일만 하는 것 같으나 결국 자신이 해를 보고, 불보살은 어리석게 남의 일만 해주는 것 같으나 결국 자신의 이익이 되나니라”고 해 소아와 대아의 차이점을 명확히 설명했다. 숭산 스님의 일원상 화두는 화계사에 마지막으로 남기신 숭산 대종사 묘탑의 원형(○)에서 찾을 수 있다. 원형(○)은 숭산 스님의 은사인 고봉 대선사의 추모탑에서도 발견된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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