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세상에는 참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 많다. 병이 생소해 필자도 찾아서 공부해야 되는 경우도 있고, 혹 병을 알아도 치료를 자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정을 솔직히 말해도 필자에게 치료를 맡기는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참 딱하다. 달리 갈 데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대의학 쪽에 가면 불치병이라 단언해 버리고, 증상 개선을 위한 약을 받지만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다. 광고를 보고 찾아간 한의원에서도 치료 결과가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할 수 없이 일단 원인을 찾기 위해 온몸의 생리 현상을 자세히 살펴본다. 대부분의 난치병들에 대해 현대 의학이 얘기하는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결합’이다. 유전적 요인이라는 것은 발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가족 중에서 유사한 질병을 앓았던 사람이 있으면 발병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족 요인이 있어도 병이 안 생기는 사람이 있고, 가족 요인이 없어도 병이 생기는 사람이 있어 ‘환경적 요인’이란 말을 덧붙인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환경적 요인을 정확히 찾아보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한의원에서는 식습관, 대소변, 땀, 여성의 월경 상태를 자세히 묻는 데서 탐문을 시작한다. 몸 어느 곳에서 어떤 대사작용이 막혀 있는지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시는 물의 양에 비해 소변량이 너무 적거나 많다면 수분 대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몸 어딘가에 부종이 있거나 탈수증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해결되면 병이 치료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찰은 때로 놀라운 발견을 해낸다. 현대의 화학이 매우 발전했다고 하나 우리 몸의 모든 변화를 다 알아내는 데는 턱없이 못 미친다. 한의학은 관찰의 의학, 특히 화학보다 물리현상을 세심히 관찰하는 의학이다. 한의학이 살펴보는 물리 현상을 장차 화학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거기에 반드시 의학의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과학적 진단기기를 못쓰게 하는 불합리에 막혀 있지만, 그래도 한의학은 현대의학이 외면하는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05월 0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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