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난치병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이 수분대사 문제다. 물은 우리 몸 구성성분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진화학자가 태초에 물이 생기고 생명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에서 물은 혈액과 진액의 형태로 모든 세포 안과 세포 사이에 가득 차 있다. 눈물, 콧물, 땀도 대부분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한의학은 물기운이 잘 올라가고 내려가는지, 온몸으로 잘 퍼져나가는지를 살펴본다. 삼투압을 통한 세포막 사이의 수분 이동… 이렇게 미시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 움직임을 본다. 이러한 거시적 수분대사를 측정하는 검사는 현대의학에 없다.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를 통해 수분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분에 대한 검사는 잘 발달해 있다. 그러나 미시적 검사를 통해 거시적 움직임을 살펴보는 데에 현대의학은 관심이 없다. 

하지만 거시적 움직임으로 이해해야 하는 질병 상황은 매우 많다. 여름에만 생기는 야간 천식과 몸통 위쪽에서만 나는 식은땀은 모두 몸 위쪽의 문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몸통 상부에 정체된 과도한 수분이 기관지의 호흡 작용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상부의 수분을 아래로 내려주는 한약을 통해 치료된 결과는 그러한 분석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최근에 만난 수족장 각화증 환자는 온몸에는 땀이 많으나 손발에는 땀이 나지 않았다. 손발에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것과 손발까지 수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반드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암시한다. 많은 피부병은 수분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몸 전체에 수분이 부족한 탈수 현상인 경우도 있고, 몸 일부에만 수분이 가지 않는 부분적 탈수 현상인 경우도 있다. 

수분 정체는 팔다리에는 부종을 일으키는 정도지만, 장기에는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된다. 장기의 정상 작동이 막히거나 정체된 습으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분대사 이상의 정확한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05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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