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영화 속에서 물이 나오는 장면이면 실제 물방울이 얼굴로 뿌려지고, 거친 도로가 나오는 장면이면 실제 그 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몸이 흔들린다. 이렇게 입체감 있는 4DX 영화가 나온 지도 꽤 오래 전이다. 

그런데 최근 MZ세대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문을 열었다. 바로 ‘이머시브’ 문화다. 이머시브(Immersive)는 ‘몰입시키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관객이 연극이나 공연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극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2022년 한국에서 공연한 <위대한 개츠비>는 공연장 1~2층을 극 중 인물 개츠비의 저택처럼 꾸몄다. 그리고 관객들이 극의 배경이 되는 저택에서 일어나는 파티에 방문한 손님이 된 듯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극을 설계했다. 이외에도 내한공연을 하는 어느 해외 팝가수의 공연이나 가수 싸이가 펼치는 ‘흠뻑쇼’의 경우에도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가깝다. 이러한 공연들은 특히 다양한 경험과 참여 및 주체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것으로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평론가들은 “MZ세대에게 문화는 단순히 만들어진 것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놀고 즐기는 판을 만드는 것’”이라며, MZ세대를 ‘참여하는 소비자’라고 설명한다. 또한 예술의 반경에 있어서도 예술가들이 ‘전유’하거나 ‘소유’했던 것에서 ‘공유’하는 문화로 변화 중이라고 했다. 그동안에는 철저히 관찰자였던 관객이, 이제는 스스로 작가이자 배우이자 관객인 단계로 변화했다는 의미다. 덕분에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어려운 내용이라도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머시브 문화가 종교와 만난다면 어떨까. 사실 원불교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이머시브의 필수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법회를 이끄는 사람과 분리돼 있지 않았고, 모두가 무릎을 맞대고 앉아 ‘내’가 치는 목탁 소리에 함께 독경을 하고, 그저 ‘듣기만’ 하는 법회에 그치지 않고 대화하듯 이어가는 단회 등의 시간을 갖는다. 

법회의 장소를 ‘법당’이라는 공간에 한정 짓지 않는다면, 최대한 교도들의 참여가 유도되는 원불교의 참여형 ‘이머시브’ 법회가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기존의 가치’를 알린다면 원불교 법회도 ‘MZ세대의 슬기로운 문화생활’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2023년 05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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