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요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거지방’이다. 

“곧 졸업이라 여행 가려고 하는데… 해외는 무리고, 국내 여행은 괜찮겠죠?” 마치 보고하듯 소비계획에 대해 채팅방에 글을 올리면 금세 많은 댓글이 줄을 잇는다. “님 만수르임?”, “돈 많은가 봄. 그냥 로드뷰로 아이(Eye) 여행이나 하셈.” 잔소리도 이런 잔소리가 없는데 잔소리마다 짠 내가 풀풀 풍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일명 ‘거지방’. 이 방의 규칙은 간단하다. 닉네임 옆에 한 달 쓴 지출 내역 혹은 목표 금액을 명시한다. 이후 그 내역을 채팅방에 공유하는데,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소비를 조장하는 음식, 물건, 유료 이모티콘 등’을 올리면 강제 퇴장당한다. 실제 한 예로 어느 소비자가 “음원사이트 정기구독해서 얼마 지출했음”이라고 보고하자 “세상에서 가장 해로운 ‘독’은 ‘구독’임” 하며 퇴장당한 일이 있다.

그렇다면 왜 자유롭고 개방적이라 칭해졌던 MZ세대가 이런 짠 내 나는 소비풍속을 보이게 된 것일까? 이유는 1년 사이 급속도로 치솟은 물가와 구직난에 있다. 

3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상용직을 구한 청년(15~29세)취업자는 1년 전보다 4만 명 넘게 줄었다. 반면, 임시·일용직 청년취업자는 2만 명 증가했다. 청년 취업률은 내내 감소했는데 부채를 진 사람이나 청년 취약층은 46만 명으로 내내 증가하고 있다. 짠 내 나는 소비풍속은 단순히 유희가 아닌 더 짠 내 나는 현실에 대한 청년들의 애환일지 모른다.

“청년예배에 나가게 되니 은근 부담이다.” 이웃 종교에 다니는 MZ세대 지인이 문득 해온 말이다. 어린이예배를 다닐 때는 교회에서 간식도 주고 엄마가 헌금도 챙겨주니 몰랐는데, 청년예배에서 십일조나 간식 책임이 돌아오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원불교에는 십일조 문화가 없다. 하지만 청년법회를 다니는 MZ세대 교도 중 부담 없는 이가 과연 있을까? 불안정한 직업을 가진 이들 중에는 매주 고정된 법회 날짜를 어렵게 느끼는 이도 있을 수 있고,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큰 결심이 담긴 헌공금일 수도 있다. 

거지방은 이름을 숨기고 ‘가명’으로 활동한다. 돈 문제라는 것이, 본디 이름을 내놓거나 얼굴을 공개한 상태로는 내뱉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옆에 있지만 정작 우리가 모르는 곳으로 내려가 고민하는 MZ세대가 많다. 그들에게 종교는 (부담이 아닌) 무엇을 건넬 수 있을까.

[2023년 6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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