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 우리 마음은 슬픔에 빠진다. 심하면 우울증이 생겨날 수도 있다. 몸도 마찬가지다. 무차별적 세균 학살로 수천·수만 년 함께 살아오던 체내 세균들이 사라져 버리면 반드시 우리 몸도 충격을 받는다. 급성 전염병이 사라지는 대신 새롭게 늘어난 이 시대의 많은 난치병들은 그러한 충격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스테로이드가 이러한 난치병들의 치료제가 될 수 없다면 우리는 원인이 되는 환경을 바꾸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내 몸의 세포 수보다 많은 공생 세균들, 죽일 수도 없고 죽여서도 안 되는 내 몸의 입주민들과 함께 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먼저, 급할 때 외에는 항생제를 먹지 말아야 한다.

갑작스런 세균 침입으로 인해 급격한 증상이 생길 때는 항생제를 써야 할 수 있다. 또 면역력이 극히 저하돼 세균을 이겨낼 수 없는 상태에선 일시적으로 항생제를 써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만성병에 항생제를 쓰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방법이다. 항생제는 내 몸의 면역 작용에 혼선을 일으키는 한편, 세균은 내성균으로 진화해가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오래 쓰는 것은 피해야 하고, 또 자주 쓰는 것도 피해야 한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가벼운 증상에 항생제를 자꾸 쓰다 보면 나중엔 항생제가 안 듣는 상태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깨끗이, 자주 씻어야 한다는 생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때를 박박 벗겨내야 한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어느 정도의 때는 피부에 필요한 건강한 환경이다. 그 때 속에는 물론 세균들이 공생하고 있다. 이것을 제거하는 것이 오히려 피부에 안 좋은 환경을 만들어 피부병을 일으킨다. 웬만하면 손은 물로만 씻어도 충분하다. 옷도 아주 더러운 것이 묻지 않았으면 좀 여러 번 입고 덜 세탁하는 것이 피부에 좋다. 한약에는 살균 약재가 거의 없다. 그저 내 몸의 균형을 바로잡아주고, 그래서 강화된 면역세포가 위험한 세균을 몰아내 줄 뿐이다. 세균 학살보다는, 내 몸을 바로 세우는 치료법, 이것이 세균과의 건강한 공생법이 된다.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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