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상사가 지시한 보고서의 마침표를 찍은 20대 A양은 컴퓨터를 끄자마자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간다. 그의 회사는 여러 기업이 즐비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그는 지금 어느 지방의 한적한 바다에 있다. 그는 휴가 중인 걸까? 아니, 그는 ‘놀면서 일하는’ 워케이션 중이다.

워케이션은 ‘일하다’라는 뜻의 워크(Work)와 ‘휴가’라는 뜻의 베케이션(Vacation)을 합친 합성어다. 여행지에서 놀면서 근무를 하는, 이 시대 새로운 업무형태 중 하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원격근무가 가능하도록 디지털 기반이 자리 잡으며 조금씩 함께 등장하기 시작한 워케이션 문화는 N데믹에 접어들며 ‘일터’의 개념을 무한대로 넓혀가고 있다.

올해 3월 한국관광공사가 한화,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 직원들을 상대로 워케이션의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워케이션이 직원의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61.5%에 달했고, ‘직원들의 만족도와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답한 비율은 84.6%와 92.3%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놀면서 일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매일 직장에 출근할 때보다 일의 효율성과 창의성이 더 높게 발휘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다 보니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까지도 많은 기업에서 원격근무를 그대로 유지하며 휴양지에 공유 오피스를 만들어주는 등 MZ세대 사원들의 워케이션을 적극 장려 중이다.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DJ DOC의 노랫말 중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텐데”라는 가사가 있다. 당시에는 문제아의 발상이라 치부되던 일들이었지만, 이제는  MZ세대의 일상이자, 개성이 되는 시대가 왔다. 젊어진 문화를 도입하는 것이 곧 선두하는 길이 된다. 

다가오는 휴가철, 이번 휴가는 특별히 휴가지에서 법회를 보는 법케이션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비었지만 비어있지 않은 법당에 원격으로 찾아가 각각 다른 휴가 중 감상을 공유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설법을 듣거나, 혹은 여행지에 있는 교당을 찾아가 그 교당만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여권에 스템프를 찍듯 내 마음속에 교당 스템프를 찍어보는 것. 그 스템프가 늘어가다 보면 어느새 틀에 박히지 않은 젊은 원불교 정서가 마음에 그려있지 않을까.

[2023년 7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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