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성지 법인기도… 재가 4개 단체 중심으로 구인봉 기도
대신성·대단결·대봉공으로 교화활성화 위해 정성 다할 것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뜨거운 여름 해가 산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는 시간, 원불교 영산성지 법인광장에 전국의 재가출가 교도들이 모였다. 질서정연하게 선 모습에는 설렘과 함께 왠지 모를 비장함이 담겼다. 8월 12일 오후 6시, 참석자들은 하나둘 각자의 봉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중앙봉으로 오를 강원·경기인천·부산울산교구 교도들은 대각터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모은다. 104년 전 단도와 회중시계를 챙겨 구간도실을 출발했던 구인선진의 심정은 어땠을까. 올해로 19년째, 매년 오르지만 아직도 그 마음 헤아릴 길 없다.

법인기도 당시 정산종사 기도장소였던 중앙봉은 노루목 대각터를 통해 오를 수 있다. 낮지만 가파른 그 길 위에는 교도들의 숨소리와 발소리만 남는다. 많은 인원이 앉기에는 좁고, 날씨까지 더워 힘들지만 좋은 자리는 서로에게 양보하며 불편한 자리를 먼저 채워 앉는 이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도, 같은 교구에서 온 사람도 모두 소태산 대종사 법하에서 함께 공부하는 소중한 ‘영생의 법동지’임을 알기에 기꺼이 그리할 터다. 어스름해진 오후 7시 10분, 영산성지 아홉 개의 봉우리에서 일체생령을 깨우는 쇳소리가 울리고, 구인봉 법인기도가 시작됐다.
 

“저희에게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명심하고, 다음 조항을 다짐합니다. ① 죽어도 여한 없는 정성을 바친 구인선진의 대신성 정신을 체받아 소태산 대종사님과 역대 종법사님의 정신을 체득하고, 진리에 대한 순일한 믿음으로 영겁을 일관할 것을 다짐합니다. ② 하늘에 사무치는 정성을 다했던 대단결 정신을 체받아 재가출가가 합심합력으로 〈정전〉의 바른 법을 몸소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이 법통이 길이 이어지고, 널리 퍼지게 할 것을 다짐합니다. ③ 일체중생을 제도하고자 몸과 마음을 다 바친 대봉공 정신을 체받아 개인을 벗어나 가정·사회·국가·세계에 유익을 주고, 일체중생을 제도하는 거룩한 봉공의 삶을 살기를 다짐합니다.”

200여 명의 재가출가 교도들은 진리에 대한 믿음을 일관하고, 몸과 마음으로 이 법을 이어 결국은 일체중생을 제도한다는 거룩한 다짐을 선포한다. 그리고 그 다짐을 서원으로 잇기 위해 일원상서원문과 성가 등으로 마음을 모은다. 이날의 기도는 해가 산 뒤로 모두 넘어가고야 끝이 났다.
 

한편 이날 영광 국제마음훈련원에서는 법인기도 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영산성지에서는 법인광장 법인기도식, 구인봉 기도 등 법인의 달을 맞아 공부인들의 마음을 다잡는 시간도 이어졌다. 김용원 원불교청운회장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기도 기운이 가라앉아 안타까웠다”며 “이제 다시 분발해 기운을 모으고, ‘법인기도는 곧 교화’라는 마음으로 재가단체가 더욱 합심해 활동해나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2023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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