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52상(공부 요도 상): 나침반이 일원상 모양을 하는 까닭은? 

<선의 나침반>은 현재 서양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적인 지도자 중 한 분인 숭산(崇山) 큰스님이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에서 설법한 내용을 제자 현각이 집대성한 책이다. 제목을 ‘선의 나침반’이라 한 첫 번째 이유는 고해의 바다에서 ‘지혜(prajna)의 배’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선의 나침반’에 의지하라는 의미다. 또 깨달음의 주체인 자신의 본성을 ‘나침반’삼아 수행에 임하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여기서 일원상은 바로 공부의 요도다. 그래서 나침반은 일원상의 모양을 하고 있다. 나침판이 4각이나 육각으로 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인생의 나침판이 바로 일원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저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를 결정해 주는 나침판 역할을 하는 것이 한두 가지 있어야 한다. 삶의 척도와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일원상은 바로 인생의 나침판이 되는 것이다. 나침반이 일원상 모양인 이유에는 어려울 때 일원상을 바라보면 인생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중국 선종의 2조 혜가가 열반에 들 때 슬퍼하는 3조 승찬에게 밀지를 줬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 승찬이 그 밀지를 펴보니 동그라미가 그려 있었다. 동그라미를 보는 순간 그는 “겨울이 깊어지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보았다. 승찬은 종이에 그려진 일원상에서 삶의 나침판을 얻은 것이다. 

함석헌이 “슬프면서도 녹아드는 혼의 기도”, “나를 몇 번이나 엎어진 데서 일으켜 준 시”라고 표현한 셀리의 ‘서풍 부’의 한 대목을 일원상을 통해 본다. “나를 일으켜다오. 물결처럼, 잎새처럼, 구름처럼! 우주 사이에 휘날리어 새 생명을 주어라! 그리하여, 부르는 이 노래의 소리로, 영원의 풀무에서 재와 불꽃을 날리듯이. 나의 말을 인류 속에 넣어 흩어라! 내 입술을 빌려 이 잠자는 지구 위에 예언의 나팔 소리를 외쳐라, 오, 바람아, 겨울이 만일 온다면 봄이 어찌 멀겠는가?” 일원상을 통해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운명에 맞서 나가는 지혜를 발견한다.
 

인생의 나침판이 
바로 일원상.

일원 53상(견성 상): 현미경과 망원경이 일원상으로 이뤄진 이유는?
 

〈대종경〉 제7 성리품 21장에서 한 제자가 여쭙는다. “견성을 하면 어찌 되나이까.” 이에 소태산 대종사께서 말씀하신다. “우주 만물의 본래 이치를 알게 되고 목수가 잣대와 먹줄을 얻은 것 같이 되나니라.” 또한, <정전> 제2 교의편 제1장 일원상 제5절 일원상 법어에서는 “이 원상은 눈을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구족한 것이며 지공무사한 것이로다”라고 하신다. 원불교 교도들의 견성은 일원상을 통해서 돋보기, 현미경, 망원경을 얻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돋보기는 작은 물체를 크게 키워 볼 수 있게 하는 광학 소자로, 흔히 볼록렌즈 한 장이거나 색수차와 구면수차 등을 줄인 복합렌즈로 되어 있다. 육안으로 잘 볼 수 없는 것을 확대해 보여준다. 현미경은 자연과학 분야에서 생물체 및 특정 물체를 관찰할 때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생물의 상을 확대해서 볼 수 있게 만든 기기다. 일반적으로 광학현미경은 두 개의 볼록렌즈를 대물렌즈와 접안렌즈에 각각 사용한다. 16세기 말 네덜란드의 얀센 부자에 의해 발명된 후, 네덜란드의 레벤후크에 의해 최초로 대물렌즈와 접안렌즈를 이용한 현미경이 제작됐다. 

망원경은 멀리 있는 물체를 크게 보는 기기로 대물렌즈의 결상기능과 접안렌즈의 확대기능을 합한 것이다. 대물렌즈는 볼록렌즈인데, 결상기능이란 먼 곳에 있는 물체가 상을 맺게 하는 것을 말한다. 확대기능은 맺힌 상을 크게 하여 볼 수 있게 하는 오목렌즈를 접안렌즈로 사용한다. 돋보기나 현미경, 망원경의 렌즈가 모두 일원상을 갖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일원상 하나를 쓰면 돋보기, 두 개를 쓰면 현미경과 망원경인데, 두 개 모두 볼록렌즈면 현미경, 하나는 볼록렌즈이고 하나는 오목렌즈면 망원경이 된다는 점이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8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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