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54상(도넛 상): 도넛을 일원상 모양으로 만든 이유는? 
도넛이 일원상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빨리 고르게 익도록 하기 위해서다. 도넛은 ‘고리 모양의 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그 모양이 상징적이다. 

도넛은 밀가루 반죽을 의미하는 도우(Dough)와 여러 가지 견과류를 뜻하는 넛(Nuts)를 합친 합성어다. 도넛이 일원상 고리 모양을 하게 된 데에는 1840년대 한센 그레고리라는 선원에 의해 고안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센그레고리 동상.
한센그레고리 동상.

그레고리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던 도넛의 가운데가 종종 설익어 있는 경험을 했다. 이에 그는 가운데 부분을 구멍을 내고 튀기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성장해 미 해군 함장이 된 그레고리는 배 위에서 가운데가 뚫린 도넛을 먹다가 폭풍우를 만났다. 폭풍과 사투를 벌이던 그는 도넛을 타륜에 끼워놓았고, 폭풍을 무사히 보낸 후 항구에 정박했다. 그가 이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자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선원들이 고리형 도넛을 먹기 시작했고, 도넛이 널리 퍼지게 됐다고 한다.

두 번째 설에는 인디언이 등장한다. 화살로 물건을 맞추는 놀이를 하던 인디언들이 장난으로 밀가루 반죽을 튀기고 있는 인디언에게 화살을 쏴 반죽에 구멍을 뚫었고, 그렇게 기름으로 떨어져 튀겨진 도넛이 기존의 형태보다 골고루 튀겨지고 맛도 좋아 조리법으로 정착됐다는 것이다. 

세 번째 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향하던 영국 청교도인들로부터 비롯된다. 네덜란드에 잠시 머무른 이들은 올리코엑이라는 호두를 올려놓은 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미국에 도착한 후 그 빵의 호두 자리에 구멍을 뚫어 도넛이 탄생됐다는 설이다. 

이 세 가지 가설의 공통적인 특징은 빵을 고리 모양의 일원상으로 만듦으로써 골고루, 그리고 빨리 익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잘 살린 던킨도너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동자들에게 간편한 음식을 값싸게 공급하며 성공했다.
 

직선 장치는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일원상으로 바꾸면 
효율적이 된다. 


일원은 
유한한 것 같으면서도 
무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 공동 방사광 가속기 연구소(ESRF, 프랑스)
유럽 공동 방사광 가속기 연구소(ESRF, 프랑스)

일원 55상(방사광 가속기 상): 방사광 가속기를 일원상 모양으로 설계한 이유는?
방사광 가속기는 전기장을 이용해 전자를 광속의 99.99% 정도로 가속 시킨 후 높은 에너지로 가속된 전자를 이극 자석이나 삽입 도구 등을 이용해 궤도가 변화하는 가속운동을 시킴으로써 발생하는 빛을 이용하는 기기다. 이때 발생하는 빛이 방사광이다. 

방사광 가속기에서 발생 되는 고주파·고휘도 빛은 고체물리학 실험 및 생물, 화학 등의 여러 분야의 실험에 사용된다. 방사광 발생 장치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전자를 발생시키고 이를 거의 빛의 속도로 가속 시켜 주는 전자 입사 장치다. 또 다른 하나는 입사된 전자빔을 정해진 궤도 위에서 장시간 동안 계속 회전하도록 하여 전자빔이 궤도가 바뀌는 가속운동을 할 때마다 빛을 방출하게 하는 저장 링이다. 그리고 방출된 빛을 이용하여 실험할 장치가 설치된 빔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에는 1995년에 완공된 가속기가 포항공대(포스텍)에 있고, 청주 기초과학연구원에 2028년 완공예정으로 4세대의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가 있다. 

과거의 방사광 가속기는 많은 공간 및 비용을 차지하는 선형 가속기가 주류였다. 하지만 현대의 원형 가속기는 전자 발생 장치와 가속 링과 저장 장치만 가지고 있어서 공간 및 비용적인 면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직선 장치는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를 일원상으로 바꾸면 효율적이 된다. 일원은 유한한 것 같으면서도 무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십 미터의 호스일지라도 원형으로 만들면(말면) 1m 미만의 두루마리 형태로 압축되는 현상에서도 알 수 있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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