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덕 교무
김남덕 교무

[원불교신문=김남덕 교무] 춘천교당에 와서 2년째 어린이법회와 어린이·학생 훈련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나’에게 마음을 연 어린이와 학생들은 그동안 겪었던 일이나 자기가 잘하는 일, 자기의 마음을 잘 표현한다는 것이다. “교무님! 저 이거 샀어요!”, “교무님, 저는요~ 저번 주에 어디 다녀왔어요!”, “교무님 저 이거 하고 싶어요~” 등 하고 싶은 것이나 각자의 자랑할 거리나, 갖고 싶은 것들을 주제로 내게 말을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그렇게 말해주는 게 어색했다. 하지만 자주 듣다 보니, 누구에게나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듯, 어린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해도 잘 들어주고, 칭찬과 좋은 방향을 제시해 줬다. 

어린이 5~6명과 어린이법회를 볼 때 간단한 놀이를 진행한다. 아이들은 순간 집중을 잘하다가도 누군가 “다른 것을 하자”고 하면 그 집중이 이내 흩어져버린다. 그러면 나는 다시 “무엇을 하면 좋을 것 같아” 하고 묻고 들어주며 집중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이러다 보면 원불교나 마음공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알려줄까 해서 교화교재도 활용했지만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어린이들이 어떤 말을 하던지 들어주면서 사은의 은혜와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대화로 알려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엄마가 이거 사줬어요!”라고 하면, “그래? 엄마가 이거 사줬는데, 너는 엄마에게 무엇을 해줬니?”라고 되묻고, “너 ‘고맙습니다’라고 표현해드렸니? 만약 못했으면 오늘 가서 꼭 엄마에게 그렇게 표현해보자!”고 하는 식이다. 아이들에게 은혜 입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어린이들이 교당에 와서 법신불 사은과 소태산 대종사의 은혜를 잊지 않도록 생활에 스미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소태산 대종사의 뜻과 법신불 사은의 은혜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뼈대가 튼튼해야 바로 설 수 있듯, 어렸을 때부터 생활 속에서 은혜를 발견하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어른이 됐을 때 훌륭한 인격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들어 주는’ 게 먼저다. 다음에 법신불 사은의 은혜를 발견하게 하고, 그 의미를 깨우쳐 보은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인도하면 된다. 그 사람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면, 개인·가정·사회·국가·세계에 원불교가 전하는 행복의 메시지도 닿을 것이다.

/강원교구

[2023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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