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오광익 원로교무] 한문 글자를 풀어보면 ① 俱: 함께. 모두. 갖추다. 구비하다. 俱자는 人(사람 인)자와 具(갖출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具자는 제기 그릇을 양손에 맞잡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具자에서 말하는 ‘갖추다’라는 것은 제사를 지낼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여기에 人자가 더해진 俱자 역시 ‘갖추다’나 ‘함께’라는 뜻이다.

② 空:비다. 없다. 하늘. 공허하다. 통하게 하다. 헛되다. 비게 하다. 空자는 穴(구멍 혈)자와 工(장인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工자는 흙을 다지는 도구인 달구를 그린 것이다. 空자는 이렇게 달구를 그린 工자에 穴자를 결합한 것으로 흙을 다져 구멍을 만들었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空자는 도구(工)로 구멍(穴)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공간’라는 뜻이다.

구공(俱空)이란 어떠한 의미일까? 첫째, 유(有)와 무(無)가 함께 텅 비었다는 뜻이다. 즉 유와 무가 끊임없이 돌고 돌며 변화하다가 유도 아니요 무도 아니며 유라고도 할 수 없고 무라고도 할 수 없는 무시무종(無始無終)하고 비중비변(非中非邊)하며 불생불멸(不生不滅)의 경지를 말한다. 둘째, 텅 비어 있으나 없지도 않으며,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상태. 유도 아니요 무도 아닌 그것을 이른다. 셋째, 아집(我執)·법집(法執)·무집착(無執着)까지 여읜 궁극의 공(空)으로 ‘나와 더불어 법이 모두 비었다(我與法俱空也)’는 의미이다. 즉 삼공(三空)의 하나이다.

삼공은 아공(我空)·법공(法空)·구공(俱空)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아공(我空)은 우리가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몸뚱이를 ‘나’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나’가 아니라 이것은 공하여 없는 것(空無)이란 진리를 체득한 것을 말한다.

② 법공(法空)은 물질적인 현상이나 객관을 대상으로 한 상대적 정신작용은 다 인연으로 모인 거짓 존재로서 만유의 본체가 항상 있는 것이라고 인정하는 미집(迷執)이 본래 공무(空無)한 것이란 진리를 말한다.

③ 구공(俱空)은 아공·법공을 다 초월하여 공(空)했다는 생각까지도 없어져서 비로소 마음자리의 본성에 계합(契合)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혜명수보리(慧命須菩提)는 구공(俱空)의 경지인 실상반야(實相般若)를 가장 잘 체득한 분이기에 해공제일(解空第一)이라 부른다.

송(頌)하기를
理體原來曠(이체원래광)  진리 체성 원래 텅 비었고
心源亦是無(심원역시무)  마음 근원도 또한 없다네
俱空余法滅(구공여법멸)  구공은 나와 법이 멸함이니
離着翅爲蝴(이착시위호)  집착 여이면 나비되어 날리라.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19년 1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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