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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명 교무의 시대공감 21. 너무나 인간적인 ‘두 교황’
윤관명 교무의 시대공감 21. 너무나 인간적인 ‘두 교황’
  • 윤관명 교무
  • 승인 2020.01.09
  • 호수 19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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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명 교무
윤관명 교무

[원불교신문=윤관명 교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 성모 마리아는 피곤한 듯 잠들어 있고, 요셉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교황은 설명을 덧붙였다. “나는 특별한 예수 탄생 그림을 받았다. ‘엄마를 쉬게 하라’는 제목이다.” 

일반적인 ‘예수 탄생’ 그림과는 달리 이 그림에는 적극적으로 육아를 맡고 있는 요셉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교황은 이 그림이 수많은 부모가 한밤중에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이 글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266대 교황 프란치스코는 역대 교황들과 달리 매우 개방적이고 진보적 발언과 행보를 하고 있다. 교황은 전통적 보수성이 강하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사회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며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한다. 스스로 낮은 이들과 눈 높이를 맞추고 있다. 여기에 대중들은 ‘신과 가까운 교황’에서 ‘인간에 더 가까이 다가온 교황’을 환영한다. 

최근 영화 ‘두 교황’이 공개됐다. 종신직인 교황의 자리를 사임하면서 바티칸을 뒤흔들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만남을 실화에 바탕해 만든 영화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즉위한 뒤 교회는 더욱 보수화되고, 바티칸은 각종 추문들로 몸살을 앓게 된다. 7년 뒤, 교회에 실망한 베르고글리오(현 프란치스코 교황) 추기경은 수차례 바티칸에 사직서를 내지만 회신을 받지 못한다. 퇴임을 마음먹은 베네딕토 교황과 사직서를 품고 온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며칠간 함께 한다. 가톨릭 전통을 강경하게 수호하려는 베네딕토 16세와 개혁과 관용을 지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너무나 다른 관점을 가졌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지난 과오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결국 2013년에 콘클라베가 소집되고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교황으로 선출됐다. 선출 직후 교황은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첫 인사를 할 때, 자신의 흰색 수단과 헌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황금 십자가 대신 자신이 늘 지니고 있던 철제 십자가를 착용했다. 보다 많은 이들과 만나기 위해 교황 공식 관저인 ‘사도 궁정’이 아닌 ‘성녀 마르타 호텔’을 거주지로 택했다.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진 불합리한 관습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다. 교황의 새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정한 이유도 ‘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에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항상 검소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았고, 사회의 소수자과 약자에 대한 관심과 관용을 늘 강조한다. 낙태, 피임, 동성애에 대한 전통적 가르침은 유지하고 있으나 그들을 소외시키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같이 세상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낮은 자들을 위해 실천하는 모습에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도 깊은 신뢰와 사랑을 보내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성직자도 방황하고 고뇌하고 참회하는 가운데 멈추지 않고 길을 찾아 나아가는 한 인간임을 생각하게 된다. 

/동창원교당

[2020년 1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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