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인터넷 뉴스를 통해 시리아 북부에서 정부군 헬기가 반군에게 격추됐고 시리아 사람들이 다시 피난길에 올랐다는 소식을 봤다. 2011년부터 9년째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에서 간신히 생존한 사람들은 난민이 돼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아시아 서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시리아는 국민 90%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나의 관심은 5년 전 시작됐다.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을 한 예쁜 라이언이 휘경여중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뽀얀 얼굴만큼이나 미소가 예쁜 라이언은 시리아에서 왔다고 했다. 

겉모습이 달랐지만,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거침없이 대화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라이언은 보통의 중학생이었다. 그런 라이언이 2학년이 되면서 자주 무단결석을 했다. 성실하던 아이였기에 그 변화가 의아했다. 

문제는 히잡이었다. 15세가 된 라이언은 이제 히잡을 착용해야만 외출을 할 수가 있다고 했다. 아랍어로 ‘가리다’라는 의미가 있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인 히잡은, 얼굴만 내놓은 채 머리에서 가슴 부위까지 천을 늘어뜨려 상체를 가리는 두건이다. 엄격한 라이언의 아버지는 히잡 없이는 외출을 금지했고, 라이언은 타인의 시선을 끄는 히잡이 부담스러웠다. 
담임선생님은 아침마다 가정방문을 해서 라이언을 설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이언은 히잡을 쓰고 학교에 왔다. 

다문화 학생들이 입학할 경우, 한국어와 한국문화 적응을 위해 일대일 개인 수업을 한다. 방과 후에 진행하는 이 수업은 내 일이다. 그때 알았다.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라이언과 나 역시 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호기심 어린 친구들의 시선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그 시간을 의연하게 견디는 라이언이 고마웠다. 자랑하고 싶은 수업은 그 무렵이었나보다. 다양한 의복과 문화의 차이를 배우는 가정 수업시간, 라이언은 신이 났다. 

학급의 인원만큼 히잡을 챙겨온 라이언은 이슬람 문화를 소개했다. 반 아이들 모두 라이언의 지도에 따라 히잡을 쓴 모습, 참 예뻤다. 세상을 살다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넘어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일들이 있다. 

따뜻하게 문을 두드린 담임선생님, 특별한 수업으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가르쳐 준 가정 선생님과 기꺼이 함께 히잡을 쓴 아이들이 한 일이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경계는 어디인가? 앞으로 오는 시대는 밝은 시대이고 천하가 한 집안 되는 시대라 했는데, 우리는 어디쯤에 선을 긋고 있나? 

전 인류가 한 집안이고 한 가족이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나 반성해 본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를 아끼는 만큼은, 꼭 그만큼은 아끼고 사랑하자. 중국 그리고 우한, 요즘 제일 많이 회자 되는 말인데 진정 강 건너 불은 없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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