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안 교수

[원불교신문=김준안 교수] 며칠 전 서울 출장 중에 잠시 여유가 생겨 용산역에 있는 영풍문고에 들렀다. 그날도 이 책 저 책을 펼쳐보던 중 필자의 시선을 강하게 끄는 책을 한 권 만났다. 책 제목은 두려움 없는 조직이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막연히 짐작되는 바는 있었지만 ‘과연 두려움 없는 조직이란 어떤 조직이지?’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책을 바로 집어 들어 표지부터 살펴보았다. “침묵은 어떻게 조직의 성과를 갉아먹는가?”라고 적힌 큰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읽어 보고 싶었다. 책을 사 와서 읽어 보니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필자에겐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았다. 두려움 없는 조직의 저자인 에이미 에드먼슨 박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종신교수로 25년 동안 ‘심리적 안정감’을 연구해 전 세계 경영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저자는 “심리적 안정감이란 조직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뜻하며,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거나 응징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실수와 우려를 기꺼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의미한다며, “리더라면 반드시 학습과 혁신을 통해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에이미 에드먼슨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안전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원불교 교단이라는 조직의 일원이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우리 교단은 어떠한가’라고 계속 자문해봤다. 필자가 느끼기에 우리 교단 구성원들 중에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이보다는 침묵을 선택하는 이가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한 후배로부터 교단사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했다가 주변 선후배들로부터 불편한 기운을 느꼈다며 이젠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후배의 경우를 과잉 일반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 교단 내에도 ‘심리적 안정감’을 못 느끼는 이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대종사는 교단 초창기부터 우리 교단을 ‘안전한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까지 마련했다. 교단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의견제출제도’를 시행했던 것이다. 의견제출제도는 원기11년 7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공부인이 현재의 상황을 살펴서 그 전에 있던 불합리한 일을 변경해 합리적으로 하자든지 없어서 불편한 일을 새로 신설해 편리하도록 하자든지 어떠한 경우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는 것으로, 공부방면·사업방면·생활방면으로 나눠 제출하도록 했다. 사실상 삶의 전 영역에 있어 의견 제출을 하도록 한 것이다. 제출된 의견은 매월 단회 때 대중의 토론을 거쳐 대종사의 감정을 받고 그 의견이 가결된 때는 교단의 세칙이 됐다. 

의견제출제도가 시행될 당시 익산 총부의 인원은 40~50명 정도였는데 의견 제출을 하도록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대종사는 교단의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적용시켜 나가는 과정에 제자들을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제자들로 하여금 교단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종사가 시행한 이 의견제출제도는 오늘날에도 계속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종사 재세 시에 비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지는 못하다. 

어떤 형태로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어떤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대신 마음 편한 ‘침묵’을 선택하고 있다면 큰 걱정이다. 혹 구성원들의 침묵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모두 돌아볼 일이다. 

/원광디지털대학교

[2020년 4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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