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사람의 몸은 보는 것, 듣는 것, 소리 내는 것과 앉는 것, 서는 것, 걷는 것, 눕는 것과 표정 등 여덟 가지로 운용되며 이를 통칭해 태도라 한다. 사람이 태도가 좋지 못하면 모든 예의가 다 아름답지 못하게 되므로, 태도는 곧 모든 예(禮)의 첫인상이다. 예전 통례편, 태도에 대한 부분이다. 교직원식당은 교사들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보니, 새 학기가 시작되는 즈음 식당에는 처음 만나는 얼굴들이 있다. 

어느 날부터 눈에 띄는 한 선생님. 늘 구석진 같은 자리에 에어팟을 귀에 꽂고 홀로 식사한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있으니,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 다른 선생님이 섣불리 다가가지 않는다. 에어팟이 접근금지의 표식처럼 느껴져 다가가지 못한 것 일수도. 일 년을 지켜봐도 변함없이 홀로 있음을 즐긴다. 어쩌면 그 선생님에게는 에어팟이 홀로 있음을 방해받지 않을 방패막이였을지 모르겠다. 

보통 선생님들에게 점심시간은 단순히 밥을 먹는 시간만이 아닌 친교의 시간이고 업무의 연장시간이다. 부서나 교과목, 비슷한 처지, 학교 선후배라는 관계 안에서 좋은 정보를 얻어 왔고 끈끈한 결속으로 우리를 키워 왔다. 

그러나 요즘은 끈끈한 결속보다는 느슨한 유대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세대가 변했다. 자신이 맡은 일은 정확하게 하지만, 굳이 업무시간 외의 개인 시간은 방해받고 싶지 않고, 개인 시간으로 보장받은 점심시간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고 싶지 않다.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선생님 태도가 낯설어서일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조직, 학교에서 에어팟 선생님은 잠시 우리들의 화젯거리였다. 

‘태도’는 첫째 몸의 동작이나 몸을 가누는 모양새, 둘째 어떤 일이나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 셋째 어떤 일이나 상황에 취하는 견해,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점심 식사시간 에어팟을 꽂은 선생님의 몸가짐, 태도가 낯설어 우리는 고민한다. 예(禮)가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는 모자람이 없고, 설사 모자람이 있다 해도 홀로 있음을 즐기는 그 태도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우리 조직이 새로운 세대, 개인을 대하는 태도, 견해이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일의 본질은 같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사람들과 조율할 줄 알아야 하고, 규칙을 따라야 하며 스스로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관계에 취해야 할 태도, 마음가짐이 있다면 나 자신에게는 진실함, 상대에게는 관대함인 것 같다. 

몸을 가누는 모양새든, 마음가짐이든 태도가 좋으면 예의가 아름답게 되고 태도가 좋지 못하면  예의가 다 아름답지 못하게 되므로, 태도는 곧 모든 예(禮)의 첫인상이다. 예(禮)를 삶으로 바꿔도 무방하지 않을까. 태도는 삶의 첫인상이고 태도가 좋으면 우리네 삶이 아름답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4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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