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저 점을 다시 보십시오. 바로 이곳은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들어본 사람 모두가 저 점 위에서 인생을 보냈거나 보내고 있습니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제1장에 실린 문장의 일부로 ‘점’의 정체는 바로 우주 공간에서 찍힌 지구이다. 구름과 바다가 어울린 커다란 지구가 아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티끌 같은 존재가 찍혀 있다. 지구와 무려 60억㎞ 떨어진 거리에서 찍은 사진, 이런 사진은 왜 찍었을까. 

태양계 밖 우주를 탐사하는 임무를 띤 보이저호의 자문위원을 맡았던 칼 세이건은 저명한 천문학자이자 과학 대중화 활동가였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맹신에 빠진 인간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려면 먼지에 지나지 않는 지구 사진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다고 생각했다. 우주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인간의 오만함을 한 장의 사진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 사진을 찍었다.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은 우주비행선을 만들어 지구 밖을 나가게 했고, 더 나아가 달로 향하게 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이후 많은 우주 비행사들은 연구 목적을 위한 우주 비행을 통해 푸른빛의 지구를 바라보며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우주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지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말을 전했다. 더불어 가족, 친구들만 생각했던 좁은 시선이 우주에 다녀오면서 인류에 대한 사랑과 친밀감으로 확대됐다고 한다. 작가 프랭크 화이트는 이러한 현상을 ‘오버뷰 이펙트’라 정의했다.

오버뷰 이펙트는 아주 높은 곳에서 큰 그림을 보고 난 후 일어나는 가치관의 변화로 폭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효과를 뜻한다. 한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실제 그 사람의 삶의 여러 부분에서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오버뷰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은 지구에 대한 경외심이 생겨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환경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우주의 우월한 존재라고 믿는 인간, 그 오만함을 깨고자 영하 200도 아래의 극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우주선의 많은 변수와 위험을 감수한 칼 세이건의 철학적 사색과 거대한 우주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경외심이 가치관에 변화를 주는 오버뷰 이펙트. 둘 다 바이러스, 전쟁, 기후변화 등의 거대한 위기 앞에 너와 내가 구분되지 않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한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메시지이지 싶다. 다양한 분별에서 자유로워진, 변화된 가치관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에 큰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운명까지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영산에서 봉래정사로 윤선을 타고 이동하며 바닷물을 낱낱이 되어보고, 고기 수를 낱낱이 헤어 봤다고 한다. 깊이 사색하고, 본의를 실현하자.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4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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