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지자(智者)는 우자(愚者)를 가르치고 우자는 지자에게 배우는 것이 원칙적으로 당연한 일이니,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배울 것을 구할 때는 불합리한 차별 제도에 끌릴 것이 아니라 오직 구하는 사람의 목적만 달하자는 것이니라.’ 지자 본위의 강령을 맘에 담고, 읽어보자. 

온라인 개학.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초중고의 개학이 연기를 거듭한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된 정책으로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지 않고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0년 3월 31일, 전국 모든 초중고의 첫 온라인 개학을 시행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4월 9일 진학을 앞둔 고3· 중3 수험생부터 차례로 온라인 개학이 시행됐다. 자기 방에 앉아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Zoom·줌)에 접속한 아이들은 몸은 집에 두고 얼굴 영상과 목소리로 학교에 나왔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화면으로만 만난다.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확인하며 선생님이 말한다. “얼굴 보이는 바른 자세로 앉으세요.” 그 뒤로 엄마의 목소리도 들린다. “잠옷은 벗고 앉아야지.” 학교에 학생들이 없으니, 꽃이 피어도 봄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불러온 온라인 개학이라는 현실에 교사와 학생들은 우왕좌왕이다. 우리 모두 처음이다.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고, 상상한 적 없었고, 그래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학생 없이 처음 맞이하는 개학, 그러나 쓸쓸할 틈이 없다. 여러 방법 중 우리의 선택은 줌(Zoom)으로 조회를 하고, 구글 클래스룸으로 교과 수업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수업 플랫폼은 시니어 선생님들에게 외계어보다 더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 하지만 물러설 데가 없다. 포기는 곧 수업 결손이다. 곧바로 온라인 수업에 최적화된 젊은 선생님들로 ‘휘경 어벤져스’ 팀을 꾸렸다. 매일 교직원 연수를 진행했고, 수업 시연을 하고, 시니어 선생님을 대상으로 일대일 교육도 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휘경은 주변의 그 어떤 학교보다 안정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배 교사들의 경력과 경륜은 후배 교사들에게 태산처럼 높았다. 감히 우러러볼 뿐이고, 그들의 지혜가 곧 판단의 준거였다. 온라인 개학 시 ‘휘경 어벤져스’의 기술과 기능이 선배들에게 꼭 그렇다. 선배들은 위기의 순간, 기꺼이 배우고 당당하게 역량을 키웠다. 핵심은 지자 본위다. 슬기로운 학교생활이다. 

“‘견딘다’라는 말은 일정 부분 자기 수고가 포함되어 있어 진정한 자기 성찰일 수 있지만, 다시 보면 자기 고통이 포함되어 있다. ‘지나고 있다’라는 말은, 말의 능동성이 빠져있다 싶지만, 고요하고 겸손한 과거 정리가 병행하고 있다. 성찰이 담긴 결 고운 태도가 있다. 당신은 견디고 있습니까? 나는 지나고 있습니다.” 이규리 작가의 탁월한 해석이다.

나도, 우리도 함께 지나고 있다. 가르침대로 실천하며.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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