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영화 ‘저 산 너머’ 시사회에 다녀왔다. 고 정채봉 작가가 김수환 추기경과 나눈 대화를 엮어 출간한 바보 별님 (저 산 너머로 재출간)을 바탕으로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스크린에 펼친다. 

1928년 일제강점기 7살 막둥이 수환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 오랫동안 병석에 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두 형제가 신부의 길을 걷기를 희망한다. 그 뜻에 따르겠다는 형과 달리 수환은 자기만의 꿈이 있다. 인삼 장수가 돼 어머니께 몸에 좋은 인삼을 실컷 대접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절한 어머니의 모습에 주님께서 자신의 마음 밭에 뿌린 특별한 씨앗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채봉 작가가 책 제목을 저 산 너머로 정한 것은 아마도 추기경이 어린 시절 산 너머 노을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마음과 함께, 불교에서 말하는 언덕 저편 너머 깨달음의 세계(바라밀)란 뜻도 담겨있는 듯하다고 했다. 감독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어린 수환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한 이항나 배우, 최고다. “부모란 하느님의 자식을 이 땅에 사는 동안만 맡아 기르는 책임자라고 했다. 그러니까 자기들 마음에 들게 키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에 들도록 키워야 한다고 했지”라는 대사와 강인한 캐릭터 연기가 인상적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자녀를 가르치는 데에 네 가지 법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심교(心敎), 마음에 신앙 처를 두고 바르고 착하고 평탄하게 마음을 가져서 자녀가 먼저 그 마음을 체 받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행교(行敎), 자신이 먼저 실행하고 행동에 법도가 있어서 자녀가 저절로 그 실행을 체 받게 하는 것이고, 셋째는 언교(言敎)라 매양 불보살 성현들과 위인 달사들의 가언(嘉言) 선행(善行)을 많이 일러 주어 그것을 기억해 본받게 하며 모든 사리를 순순히 타일러서 가르치는 것이다. 넷째는 엄교(嚴敎), 이는 철없는 때에 부득이 위엄으로 가르치는 것으로 자주 쓸 법은 아니다. 한 가정에서 자녀를 가르치되 어머니 태중으로 비롯하여 성인(成人)이 되기까지 이 네 가지 법을 아울러 쓰면 착한 사람 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좋은 부모, 멀리서 찾지 말자. 가까이에 너무나 큰 가르침이 있다. 몸소 실천하니, 진정 다르더라. 영화 속, 수환의 가족은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는 법이 없다. 특히 어머니는 아무리 힘들어도 좌절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모든 게 하느님의 계획이라며 아들 앞에서 미소 짓는다. 

어린 자식의 마음을 하느님 대신 자신이 차지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자식의 사랑마저도 하느님께 양보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가 보고 싶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직전 남겼던 유언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그런 5월이 되기를.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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