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제 교도

[원불교신문=남성제 교도] 천지의 변화하는 이치를 따라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길가에 핀 벚꽃은 바람이 불면 향긋하고 아름다운 꽃비를 내려주고 개나리와 진달래도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자연이라는 캔버스의 한 면을 장식한다. 산과 들의 초목들을 비롯해 만물의 생생약동하는 활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바야흐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인간사회는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를 비롯해 사회 모든 방면에서 다수의 인원이 대면하는 오프라인 모임은 최소화되고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교류하는 온라인 모임 위주로 일상이 재편됐다. 

국내에서는 경기악화, 고용감소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분위기가 침체되고, 국제적으로는 입국제한, 수출감소 등 인적·물적 교류가 최소화됐다. 또한 코로나19의 높은 전염성과 위험성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에는 제21대 총선이 치러졌다. 코로나 사태와 총선을 거치면서 정당, 종교, 성별, 지역, 이념 등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적·정치적으로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념이나 신념만이 옳다고 생각해 상대편을 무조건 비방하거나 매도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한 쪽에 치우친 뉴스나 가짜뉴스를 배포하면서 선동하는 일들도 많았다. 총선이 마무리 된 지금 돌이켜보면 여러모로 혼란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나 자신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부화뇌동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의 의견에 동조해 분별과 주착심을 놓지 못하고 편견에 치우친 생각으로 반상대편을 판단했음을 깨닫는다. 

대산종사는 “교도는 일반 사회인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전무출신은 일반 교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셨다. 또한 “우리에게 사람들의 정신을 바루고 혼란과 시비에 휩쓸리지 않게 하여 바른 길로 인도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라고 하셨다. 현재와 같이 혼란한 시기에 우리는 먼저 모범을 보임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혼란과 시비에 휩쓸리지 않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모범을 보여야 할까? 대종사는 “그대들은 이 혼란한 시기를 당하여 항상 사은의 크고 중하심을 참 마음으로 감사하는 동시에 일반 교도에게도 그 인식을 더욱 깊게 하여 언제나 감사하는 생각을 가지고 그 정신이 온건 착실한 데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회가 혼란할수록 그 원인을 타인이나 외부로 돌려서 원망의 병이 커진다.

대산종사는 “난리의 근본은 원망심에서 시작되고 평화의 근본은 감사 생활에서 시작된다”라고 하셨다. 원망심을 근본으로 하여 정신이 삿된 곳으로 가기 때문에 원망심을 감사심으로 돌리는 것이 시급한 일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떠한 혼란과 역경 속에서도 늘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여 절대적인 감사 생활을 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반 사회의 기운을 원망 생활에서 감사 생활로 돌려야 한다. 천지 만물이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로 이루어져 있음을 자각하여 감사 생활을 하는 사람은 현실의 흥망성쇠가 있더라도 사람이나 사회를 원망하지 않는다. 현실의 흥망성쇠는 일시적인 변화일 뿐임을 알아 거기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중도를 잡아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대산종사는 “일원의 원만한 신앙과 수행은 오직 훈련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라 하셨다.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를 당해 나의 생활이 세속적인 분별 주착과 원망심에 물들지 않았는지 점검해보자. 그리고 오직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에 더욱 힘써서 절대적인 감사 생활로 사회의 기운을 돌리는 데 힘쓰자. 그것이 사회를 선도하는 종교의 본분이자 교도의 의무이다.

 

/춘천교당

[2020년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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