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비질은 할 줄 아냐? 방은 닦을 줄 아냐? 나무도 심을 줄 알아야 하고. 지방 가면 너희들이 다 해야 하는데….’ 송영봉 원로교무 추억 속, 소태산 대종사는 심오한 진리는 물론이고 일상생활까지 지도하는 세심하고 자상한 분이다. 대학원 대학교 2년간 매일 저녁 30분, 송영봉 원로교무 인터뷰를 했다. 화양연화(花楊年華), 녹음기를 켠 그 시간 나는 늘 살아있는 대종사를 만났다. 

돌아보니 논문을 핑계로 매일 수도원을 들락거리며 귀찮게만 해드렸다. 드린 것 없이 사랑을 받았고, 가르침 받았다. 

기도 올려 달라는 사람이 하도 많아, 8시 40분부터 저녁 심고를 모신다고. 심고 마지막엔 항상, 대종사께서 이끌어 주시고, 따라 모시고, 보은하고를 천만 번을 한다며. 대종사를 떠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해야, 삶이 그 방향으로 가니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해서는 안 된다고. 오늘 밥 굶은 것처럼 당장 배고픈 것은 아니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그 누구도 자신이 없다고. 간절한 말씀의 깊이를 미처 알지 못한, 그 시절 나와 그날의 스승님이 그립다. 

영산에서 공부하던 학부 시절, 대각지와 탄생가 그리고 정관평은 우리 일상이었다. 대종사도 이 길을 걸었겠지, 늘 상상했다.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실존하는 대종사의 꿈을 그 길에서 만난다. 지독한 고생 속에서도 기쁨만 가득했다는, 살아보지 않은 그 시절이 그립다.

소태산 대종사가 말한다. ‘내가 너를 대할 때에 더할 수 없는 인정이 건네는 것은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남 먼저 특별한 인연을 찾고 특별한 원을 발하여 이 법을 구하러 온 것인데, 같이 지내는 가운데 혹 섭섭한 마음이 나는 것은 수도에는 정성이 적어지고 다른 사심을 일어내며 나의 지도에 잘 순응하지 않는 때가 있어서다. 만일 본의를 잊어버리며 내 뜻을 몰라주다가 내가 모든 인연을 뿌리치고 먼 수양 길을 떠나 버리면 어쩌려고. 그때는 아무리 나를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다. 

다시 정신을 차려서 내가 그런 생각이 나지 않도록 해라. 해탈한 사람의 심경은 범상한 생각으로 측량하지 못하는 바가 있어, 무슨 일이나 그 일을 지어 갈 때는 천만 년이라도 그곳을 옮기지 못할 것 같으나 한 번 마음을 놓기로 하면 일시에 허공과 같이 흔적이 없는 것이다.’ 

정신 차려 본의를 잊지 말라고. 크게 주의하라고 경책하는 대종사, 그립다. 

그립다는 ‘보고 싶거나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라는 의미의 형용사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그리워지겠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리움의 크기도 커지는 것이기에. 오늘 이 시간도 몹시 그리워질 날이 오리라. 때로는, 그리움이 넘어진 누군가가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기도, 어려움을 물리칠 용기가 되기도 하더라. 그러니 마음껏 그리워하자. 그립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5월 2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