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오페라 없이도 세상은 돌아가겠죠. 예술이 없어도, 내일의 태양은 또 떠오르겠죠. 세상은 예술 없이도 돌아 갈수 있고, 또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우린, 예술은.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예술이 없는 세상에 비해, 훨씬 풍요롭고 현명한 세상으로 말입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줄리아드 수업에서 한 유명한 말이다. 최소한의 움직임이 미덕이라, 위축된 요즘 위로가 된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전망과 변화된 세상에 따라 마땅히 달라져야 하는 삶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코로나 이전으로 쉬이 돌아갈 수 없음을 조심스레 예상하는 말들에 가슴이 철렁하다. 코로나 19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일컫는 코로나 블루(blue)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비대면 접촉, 언택트(Untact), 온라인 수업, 착한 거리두기 등으로 학교 교육(敎育)과 학생 교화(敎化)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바뀌지 않으려는 관성과 안일함으로 뭉쳐진 내 안의 불을 끄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 길이 보이지 않는다. ‘자의식(自意識)이 물러서야 비로소 세상이 보이는 것인데, 이때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새로운 것들이 아니라, 늘 보던 것들의 새로움이다.’ 김훈 작가는 이를 ‘본다’가 아닌 ‘보인다’의 세계라고 했다. 욕심과 조급함, 허영을 내려놓으니 보이는 것이 다르다.  

학생들 생각의 크기를 키워주고, 본질적으로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 어떤 태도가 스스로를 더 빛나게 할 것인지 알게 하는 것. 우리의 꿈이다. 사람냄새 나는 사람에 대한 꿈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전략은 변한다. 못 넘을 벽이라면 틈이라도 뚫어내는 것이 전략이기에. 

‘특화 생존’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특화(specialization)해야 살아남는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괜찮은 것보다 선택된 소수의 확실한 만족이 더 중요해진 시대이다. 핀셋처럼 고객 특성을 골라내고, 현미경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며, 낚싯대처럼 자신의 역량에 집중해야 성공한다는 이야기였다. 휘경 교화에도 적용한다. 학사일정과 학년, 개인의 취향별로 특화한다. 더 쪼개고 세분화해서, 두루뭉술한 완벽보다는 날카로운 만족을 추구한다. ‘누구나 성공을 바라나 성공하는 사람은 적고 실패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탐·진·치와 오욕에 끌려서 조동(早動)하고 경동(輕動)하고 망동(妄動)하기 때문이다. 조동은 때에 맞지 않게 성급히 움직이는 것, 경동은 신중하지 않고 가볍게 움직이는 것, 망동은 거짓과 허식으로 움직이는 것이니, 실패를 하지 않으려면 경계를 당해 멈추고 생각하고 취사할 줄 알아서 천천히 순서 있게 참되고 바르게 움직여야 한다.’ 

『대산종사법어』 운심편 법문, 깊은 고민에 빠진 오늘 내 마음을 정(定)하게 한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6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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