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은 교무
임진은 교무

[원불교신문=임진은 교무] 때론 당사자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성격적 특성이나 모순이 다른 사람에게는 분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평소 존중과 배려를 강조하지만 행동할 때는 자기중심적인 면이 많다거나, 관념에 물들지 않은 자유로운 정신을 추구하면서도 실제 관계 속에서는 강한 편견과 선입견을 고수하는 경우 같은 것이다. 

이런 모순과 불일치는 내면에 갈등이나 양가감정(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두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대로 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두 태도나 감정 간의 격차가 커지게 되고, 현실적으로도 어려움이 생긴다. 자연히 변화와 내적 성장은 지연된다. 

상대방이 모순된 측면들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직면’이다. 직면이란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순과 불일치에 주목할 수 있도록, 모순되는 점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것을 말한다. 

모순과 불일치는 주로 이렇게 드러난다. 첫째는 말과 말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경우다. 예를 들면, “오빠와 문제없이 잘 지낸다”라고 말했던 사람이 바로 얼마 후 “오빠가 나에게 오랫동안 화가 나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말과 행동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것이다. 취업을 1년 넘게 준비하던 한 친구는 취업 때문에 고민하면서 매달 용돈과 생활비를 보내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하는데, 막상 생활을 살펴보니 취업을 위한 준비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 틈날 때마다 주로 잠을 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듯 말과 실제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다. 세 번째는 가치관과 행동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경우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삶의 방향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행동이나 삶의 태도는 많이 다른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모순과 불일치는 스스로 자각하기가 참 어렵다.『대종경』수행품 26장의 말씀처럼, 자기를 볼 때는 나라는 상(相)이 가운데 있어서 지혜를 덮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맑은 거울처럼 비춰주는, 즉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도반이 곁에 있다면, 이런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모순과 불일치를 보게 되는 것 자체가 변화를 위한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자신 안의 망설임, 변화에 대한 저항, 두 마음 간의 갈등, 부적절한 생각, 너무 높은 이상 등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직면은 그렇게 맑은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다.

직면을 제시하는 방법은 ‘담백하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위에서 말과 행동 사이에 모순이 있던 취업준비생을 예로 든다면, “취업 문제로 항상 고민하고 있고 부모님께도 많이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막상 생활을 보니 취업 준비는 거의 하지 않고 틈이 날 때는 주로 잠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라고, 있는 그대로 말해주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의 마음과 타이밍이다. 혹시 자각에 도움을 준다는 핑계로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것은 아닌지, 내가 그 모습에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서 말하려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직면은 결코 상대방이 틀렸다고 꾸짖거나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런 마음이 있다면, 직면이 효과를 발휘할 리 없다. 이미 맑은 거울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내가 맑은 거울인지 살피고, 상대방이 내 말을 귀담아들을 만큼 신뢰로운 관계가 됐을 때, 그때의 직면은 분명 내가 아끼는 그 사람의 변화를 이끈다.

/원광대학교

[2020년 6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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