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며칠 전, 3학년 학생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하나같이 ‘예쁘게 찍어주세요’라고 한다. 아침부터 분주히 공들인 모습들, 내 눈에는 다 예쁘다. 사진을 보다보면 평소 느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통찰하는 순간이 온다. 스스로 생각한 자신의 모습과 타인이 보았을 내 모습의 간극. 셀카의 일상화로 인해 스마트폰은 카메라 경쟁이라 할 만큼 스마트 폰에서 사진의 기능이 중요하다. 다양한 앱을 사용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정하고 변형한다. 과거에는 사진에 찍힌 내 모습이 딱 하나였지만, 요즘 셀카에서는 ‘다양한 나’로 나타난다. 나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해야하나.

서로의 얼굴에 반사된 빛은 우리의 눈과 뇌로 들어와 사람을 구별할 수 있게 해 준다. 뇌가 얼굴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능력은 놀랍다. 그러나 이제 기계도 그 일을 할 수 있다. 아이폰의 페이스 ID는 3만개의 적외선 점을 사용해 얼굴 윤곽선을 그려내, 사용자 를 인식한다. 별도의 인증이 필요 없다. 모공 사이의 거리도 측정하고 쌍둥이를 구분해 낼 정도로 믿을 만하다 했다. 지문 인식보다 편리할 것 같더니, 마스크나 안경 착용 등으로 오류가 날 수도 있고 심하게 부은 얼굴도 분명 나인데, 나를 몰라본다.  

‘2020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나 자신’을 뜻하는 myself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 myselves가 되어야 할 만큼 현대인들의 정체성은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말한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하나의 SNS를 할 때도 여러 계정으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꾸기도 한다며 이러한 특성을 ‘멀티 페르소나’라고 지칭한다. 순간 모드전환에 능하다. 

페르소나(persona), 고대 그리스의 연극배우들이 썼던 가면이다. 정신의학자 융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압력에 적절히 반응하기 위해 천개의 가면을 가지고 살아가며, 다양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는 존재이다. 

듣기에 따라 가면은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페르소나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사회적 시선이 만든 편견으로 실존과 가면의 맹목적 동일시가 문제이지 페르소나는 무턱대고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닌 구별해야 하는 것이다. 능력의 한계치를 느낄 때, 자존감 높은 척 가면을 쓰기도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사회성 좋아 보이는 가면도 하나 챙긴다.

임상심리학자 허지원 교수는 가면은 다양할수록 좋다고 한다. 가면은 낮은 자존감에서 오는 가식도 아니고, 타인의 비위를 맞추려는 위선도 아닌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기능이자 기술이라고. 혼자 있을 때 자신과 사회생활을 할 때의 자신은 당연히 달라야 하니, 삶의 맥락과 고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유동적 자존감을 연습하라 한다. 그대, 자존감이 높은 편인가? 나는 그때그때, 다르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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